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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를 무력화 한 '성과'…금융CEO '경영 연속성' 기대감

  • 2019.12.24(화) 17:06

그동안 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관례'가 결정
지주 회장 임기·연공서열 문화 등이 관례 만들어
올 연말 분위기 바뀌어..'성과로 관례 깨고 연임' 잇따라
금융사 "관례보다 경영능력"…'경영 연속성' 확보할까

주요 금융사 CEO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의 '관례'를 깬 인사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 CEO 임기는 '관례'가 유독 강조됐는데,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CEO에 대해 관례를 깨고 연임이 결정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관례 깨기'가 국내 금융회사의 한계로 지목됐던 '경영의 연속성'이 보완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 아무리 잘해도 '관례 우선'

그간 국내 금융지주 계열 금융회사 CEO들은 평균 3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경우 '1+1'로 더 짧았다.

이는 금융지주를 이끄는 회장의 임기를 감안한 것이고 소위 '연공서열 문화'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친 이후 주주의 신임을 받아 연임할 경우 3년 추가로 금융지주를 이끈다.

계열사 CEO인사를 총괄하는 지주 회장의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지주회장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계열사 CEO 등의 임기도 자연스럽게 3+@로 굳어진 것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장이 3년 임기를 채운 이후 연임한다면 최대 3년까지 은행장을 추가로 맡을 수 있지만 지주회장의 남은 임기가 크게 고려된다"며 "이에 아무리 경영능력이 검증됐어도 회장이 바뀌면 은행장의 임기도 제한된다. 이것이 고착화 되면서 금융사 CEO들의 임기에 대한 관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연공서열 중심 문화 역시 CEO의 임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선후배 문화가 강하다 보니 후배가 주요 계열사 CEO자리를 맡게 되면 경영능력이 검증됐어도 연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특유의 선후배 관계 역시 임기와 관련된 관례가 형성되는데 영향을 끼쳤다"며 "대외적으로는 세대교체라는 명분이 붙지만 연공서열 문화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당장 검찰만 해도 후배가 상사로 임명되면 사표를 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 '성과'에 깨지는 '관례'

올해 연말 인사에서 성과가 관례를 깨는 시작을 알린 것은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3연임이다. 농협은행장은 통상 1+1년의 임기를 마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이대훈 행장 이전 농협은행을 이끌었던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도 농협은행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실적 역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2년만 임기를 채운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이대훈 행장은 농협은행 최초 연간 순익 1조원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농협은행 최초로 3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추위 측은 "이대훈 행장은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 미래 선도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했고 특히 지난 2년간 실적 측면에서 2배 이상 성장을 견인하는 등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뒀다"며 3연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 LIG 손해보험 인수과정을 총괄하고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역시 임기 관례를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통상 KB금융지주 계열사 CEO는 2+1년의 임기만을 보장해왔다.

KB손해보험의 순익은 보험업황 악화로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양 대표는 매출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 미래가치 중심의 매출 전략 등으로 내실다지기에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 연임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손해보험의 우량매출 점유율은 상승했으며 내재가치 또한 전년에 비해 증가하는 등 경영성과가 인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임 추천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역시 관례를 깬 것으로 평가된다.

임영진 사장은 2017년 3월 사장에 임명돼 임기기간과 관련된 관례를 깼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의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장이 후배인 진옥동 행장이라는 점이 관례를 깬 사례로 평가됐다.

진옥동 행장(1961년생)보다 한살 많은 임영진 사장(1960년생)은 진옥동 행장이 거쳤던 요직을 앞서 거쳤다.

임 사장은 2003년 3월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을 맡았고 2008년 국내로 돌아왔다. 이후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은 진 행장이 맡았다. 아울러 임 사장은 신한카드 사장 선임 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자리를 맡았는데, 신한카드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진옥동 행장이 선임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주 내부에서 진 행장 선임 이후 임 사장의 거취를 깊게 고민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지주 임추위는 임 사장의 성과에 주목했다.

신한지주 임추위 측은 "가맹점수수료 인하, 지불결제 시장의 새로운 경쟁사 등장 등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경영능력과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사업전략 추진 등 성과가 있었으며 그룹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연임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 '경영 연속성 확보 계기' 기대감

업계에서는 이같은 인사 흐름에 대해 국내 금융사도 '경영의 연속성'을 보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간 CEO 임기가 관례에 따라 한정되다 보니 새로운 CEO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조직개편 등에 적극 나서는 등 조직의 구조변화가 심해 임직원의 피로감도 증대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장 외국계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외국계 금융회사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사에게 장기적으로 회사를 맡겨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2014년 10월 부터 5년여간 은행장 자리를 맡고 있다. 이에 앞서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여년간 씨티은행을 이끌기도 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2015년 1월부터 SC제일은행을 이끌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저성장, 저금리 고착화로 금융회사의 성장성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CEO들도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모습"이라며 "이에 국내 금융사의 한계로 지목됐던 경영의 연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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