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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보험사, 신년 키워드에 왜 '고객' 앞세웠나

  • 2020.01.03(금) 17:42

기존 '성장'에서 '고객'으로 바꿔
저금리·저성장 속 생존 위기감.."고객이 새 출발점"
'고객중심 체질개선·디지털' 주요과제로 제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위기극복'과 '혁신'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저금리, 저성장을 극복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눈에 띄는 점은 '고객'이란 키워드를 선두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매년초 핵심과제로 '성장'을 중심에 둔 키워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이 악화되는 새로운 10년을 맞이하자 다시금 '고객'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효율·미래'를 경영기조로 정했다고 밝혔다. 미래, 효율보다 앞서 고객을 짚었다.

최영무 사장은 "고객과 시장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고객과 시장에 겸허한 자세로 삼성화재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한 상품과 최적의 채널전략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객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기치는 매년 반복된 말이지만 방점이 고객에게 있지는 않았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혁신을 추구하는 이면에 보험사의 수익확대, 규모성장이 집중돼 있는 만큼 실상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받는 소비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보험사들은 매년 수익성이 높은 상품들을 내놓고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보다 판매자인 설계사의 판매유인을 높이기 위한 영업전략을 짰다. 때문에 고객중심 영업, 소비자보호라는 말은 허울 좋은 수식어로만 자리매김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보험사들은 '성장'을 내세우기보다 '생존'을 위해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신년사에서 "불편, 불만, 불친절이 없는 고객만족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치밀한 상품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고객만족과 상품, 채널혁신을 통해 업계 최고의 시장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은 오로지 고객에게 달려있다"며 "경쟁사만 바라보다 고객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전사의 모든 부문을 '고객경험TF'와의 협업을 통해 경주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보험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포화된 시장 속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허울뿐인 소비자 니즈 파악이 아니라 진정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경쟁상대가 보험사만이 아닌 카카오 등 대형 IT(정보기술)업체부터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업체로 다양화 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에 보험사들은 '체질개선'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의 키워드는 '디지털'에 있다. 디지털 신기술은 고객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도 이점이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핀테크업체, IT업체에 매리 보험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험업 전반에 대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

김정남 DB손보 사장은 "전사적인 위기의식 공유를 통해 관리비 절감을 실천하고, 스마트컨택센터 구축과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 판매채널 개척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업무자동화 영역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2020년 경영방침을 '생존을 넘어 디지털 교보로 가자'고 정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은 디지털을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만족을 창출한다"며 "고객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효율화,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것 역시 보험업계 전체에 주어진 과제다.

삼성생명은 태국 중국 등의 해외사업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생보사,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을 이익기반 내실 성장, 시장 선도 영업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 동력 확보 등으로 정하고 중장기 신성장 사업을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보험시장 성장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마켓(동남아시아 등)의 신규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IFRS17, K-ICS 등 회계 및 재무건전성 감독제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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