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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다시 수면위로

  • 2020.01.09(목) 17:57

9일 국회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
GA 등 단순 판매대행 벗어나 책임과 권한 부여
"소비자후생 먼저 고려한 뒤 대리점 권한 강화" 지적도

"몸집은 이미 대학생인데 입고 있는 옷은 중학생인 꼴입니다. 갖춰야 할 것은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험업계 묵은 과제 중 하나인 판매전문회사 도입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독립판매법인(GA)이 단순하게 보험을 판매만 하는 대리점 역할이라면 판매전문회사는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보험 판매와 관련해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책임과 역할을 갖는 회사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덩치는 커졌는데"…보험판매 전문회사 제안

9일 이순재 세종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최한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통한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제목의 세미나 연사로 참석해 "보험 판매전문 회사 설립을 위해 관련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상품 설계와 판매를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보험 대리점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건전한 전문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매전문회사 설립 제도가 도입되면 판매 대리점은 더이상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게 된다. 법적 지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판매채널을 활용해 보험 판매를 전담할 수 있다.

보험판매 전문회사 설립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2008년 금융위원회가 금융상품판매전문업 도입을 제안했고 그해 말 구체적 실행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보험연구원은 2015년말 판매전문회사 도입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GA 소속 설계사 수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해 2018년말 현재 23만명까지 확대했다. 생·손보사 직속 설계사 18만명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업계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실제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이슈와 책임성 및 전문성 저하 등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데다 GA 설계사들이 수수료 수취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골라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관련 규제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혼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험 판매는) 유통에 더 많이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어 산업 내 힘의 균형이 이동했다"며 "비전속채널 확대는 여러 상품을 비교 평가해 구입하려는 소비자 욕구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판매전문회사 자격과 관련해 ▲설계사 정착률 ▲불완전판매율 ▲자본금 규모 ▲교육인프라 유무 등을 제시하고 각 요건에 맞춰 업체를 평가해 총합점수가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중요한 건 소비자 후생…질적성장 이뤄져야"

이 교수의 제안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자율규제 기능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자구적인 노력을 통한 체질 변화 등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관은 "보험대리점의 판매전문회사 설립 건은 올해 보험업계 주요 입법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업계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협회와 업계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정화 소비자보호연맹 회장은 "판매채널 다양화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소비자 후생 확대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 기능을 갖춰 정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어 GA 규모 확대를 반영해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회원사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조직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의미가 없다"며 "양적성장이 질적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대리점 역할 강화는 당연히 소비자 후생을 고려한 후에야 가능하다"며 "수수료 수취 현황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소비자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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