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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라임펀드 상각 요구에 금융지주사 '곤혹'

  • 2020.01.21(화) 17:01

금감원, '내달 펀드 실사결과 나오면 상각' 요구
판매사 "손실규모 조기 확정 부작용" 반발
은행·증권, 불완전판매로 불똥튈까 전전긍긍..금융지주 난감

이른바 '라임사태'를 불러온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환매중단 사태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에 해당 펀드 만기전에 회계상 손실을 의미하는 상각 처리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상각이 현실화되면 판매사도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높다.

주요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라임펀드 상각 왜 논란인가 

금융업계와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환매연기 됐거나 환매연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4개 모(母)펀드의 설정액은 1조6679억원으로 수준이다.

당장은 이 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펀드 설정액 중 어느정도 규모가 허공으로 사라질지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이 해당 펀드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며 이 실사 결과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펀드의 손실률이 최소 40%에서 최대 70%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 실사결과가 나오면 펀드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해 기준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상각' 처리할 것을 라임자산운용에 주문했다. 환매연기된 펀드를 손실로 규정하고 이를 회계에 반영하라는 의미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회계실사 결과가 발표되면 상각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펀드의 기준가격을 집합투자재산평가규정에 따른 평가기준으로 평가해 왔으나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투자자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실사보고서의 내용을 기준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실사 결과 이후 3일 이내에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상황을 감안해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한 후 기준가격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5대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상각 시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빠르게 상각 처리를 해야 하는 이유로 '손실규모를 확정해야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묻고 투자자들에게도 손실 금액을 알린 뒤 남은 투자금액을 환수하는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실사 중이니 지켜봐야 하며 현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시시비비를 가릴 문제가 아니라 합심해서 빠르게 금융업계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신경써야 한다"며 빠른 상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반면 판매처들은 상각 절차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라임사태 관련 펀드는 100개가 넘는 자(子)펀드에 몰린 돈이 4개의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돼있다. 그리고 이 자 펀드들은 라임의 모 펀드 외 다양한 곳으로도 자금이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판매사들은 보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상각처리 할 경우 펀드의 기초자산에 대한 가치평가가 들쑥날쑥이 될 수 있어 오히려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게 판매사들의 주장이다.

펀드를 판매한 은행 관계자는 "라임펀드는 너무나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펀드의 실제 자산회수 상황, 만기, 수익률 등이 투자자에 따라 모두 다른데 이를 일괄 상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각을 하더라도 만기 시에는 기준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손실이 회복될 수는 있지만, 상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해당 펀드의 수익률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쉽게 결정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본다"며 "게다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기간도 기초자산 수에 비해 너무짧다 보니 정확한 실사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 15일 심사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발표 일정이 늦춰진 것도 실사가 쉽지 않다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 "또 다시 불완전판매 논란?"..긴장하는 판매사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의 라임펀드 규모는 신한금융 7742억원, 우리금융지주 5180억원, KB금융지주 3577억원, 농협금융지주 1667억원, 하나금융지주 1415억원 등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4조원 가량의 40%를 차지한다.

판매사들이 우선 우려하는 것은 '불완전판매' 논란이다. 해당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사는 판매수수료를 거둘 수 있었다. 문제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 될 경우 판매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금감원에는 100건이 넘는 라임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DLF 손실사태 등 흐름을 감안하면 상각 이후 해당 민원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채택된다면 판매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분쟁조정위는 DLF 손실에 대해 부실한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에 따른 배상비율 20%를 기본으로하고 다른 요인을 따져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판매사들은 '무조건 불완전판매'로 흘러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번 라임사태의 책임은 라임자산운용의 방만한 자산운용 결과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시각"이라며 "불완전판매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있었다고 하면 판매사도 손실금액에 따른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등 재무에 악영향을 끼친다. 해당 펀드의 만기가 남아있고 자산가치가 회복가능성이 0에 수렴하지 않는 상황에서 빠르게 상각하는 것은 금융지주 계열사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실추도 걱정이다. 금융업계는 DLF(파생결합증권) 사태로 신뢰가 많이 훼손됐다. 주요 판매사인 은행은 배상절차를 시작했고 다른 은행의 경우 소비자보호 조직을 확대 하는 등 신뢰회복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라임펀드 손실에 불완전판매가 부각되면 후유증이 클 것이란 우려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업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인데 최근 DLF 사태 여파로 흔들렸던 신뢰를 최근에서야 회복하기 시작했다"며 "이 와중에 라임사태의 화살이 판매사로 향하고 있다. 상각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 따지면 우리는 누구에게 읍소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시장 위축과 이에 따른 은행 등의 수익감소도 걱정이다.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금융지주 핵심 수익원인 비이자수익 증가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DLF의 악몽이 끝나기도 전에 라임사태가 터졌다. DLF와 다른점은 라임사태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투자자는 판매사를 탓할 것이고 이런일이 반복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투자상품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국내 금융시장 발전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시중은행 최초로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자체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판매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영업점은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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