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사명을 바꾸면서 내놓은 최대 연 5.01% 금리 특판 상품이 ‘초대박’을 쳤습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판매했는데 130만명(계좌기준)이 넘는 사람이 가입했습니다. 통상 은행업계에서는 수신상품 10만명 가입을 흥행의 지표로 삼는데 이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 3일간 130만명‧3700억 가입
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판매한 ‘하나 더적금’ 상품은 136만2287명(계좌기준)이 가입했습니다. 가입금액은 3773억원에 달합니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이 사명을 종전 KEB하나은행에서 KEB를 뺀 '하나은행'으로 바꾸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상품입니다. 기본금리는 3.56%로 온라인채널 가입 시 연 0.2%, 하나은행 입출금 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 시 연 1.25% 등을 얹어줘 최고 5.01%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60%입니다. 일반적인 수신상품에 가입할때 기대할 수 있는 금리가 2%에 못미친다는 얘깁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1금융권에서 판매되다보니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은 판매 마감 시점까지 접속이 지연됐고 은행 창구역시 가입을 원하는 고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고금리 수신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금융소비자를 일컫는 ‘금리노마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고금리 수신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니즈가 크고, 이번에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 130만명 넘게 몰린 이유
하나은행이 이번 상품을 판매한 기간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은 고객이 몰리며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이른바 ‘온라인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하나은행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 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가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내놓은 5% 짜리 기본예금은 사전예약까지 진행했고 상품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팔렸습니다.
SBI저축은행이 모바일플랫폼 '사이다' 출시를 기념해 내놨던 연 10% 금리 적금 역시 고객들이 몰리며 '온라인 대기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하나은행과 이 두 금융회사의 특판 판매 과정의 차이점입니다. 카카오은행은 이 상품을 100억원 한도로 판매했고, SBI저축은행은 5000명 선착순으로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통상 은행과 저축은행은 특판상품에 대해 총 판매금액이나 가입자 수를 제한합니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총 판매금액, 가입자(계좌)에 대한 제한 대신 1인(계좌)한도와 가입기간에 대한 제한만 뒀습니다. 이에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많은 가입자가 몰렸습니다.
◇ 팔수록 손해…그럼에도 웃는 이유
통상 금융회사가 특판을 진행할 경우 한도 제한을 두는 것은 '역마진'이 나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정할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은행 내부에서 이율을 계산해 산출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예금과 적금 금리 역시 낮아지게 됩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입니다. 이에 은행의 적금 금리는 2% 수준(우대금리 반영)으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즉 하나은행은 이번 상품을 판매하면서 계좌당 3%포인트 가량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모두 우대금리 항목을 충족했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해보면 하나은행은 연 189억원 가량을 고객에게 이자로 지급해야 합니다. 2%의 상품을 판매했을 때 보다 110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많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번 상품은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 시 금리 연 1.25% 추가'라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하나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신규 가입을, 휴면고객이라면 휴면된 계좌를 재활성화 해야합니다. 동시에 '자동이체'를 유지 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계좌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은 통상의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는 쉽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영업점을 직접 찾은 고객들로 영업점이 북적였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3040세대 등 경제 주체 뿐만 아니라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고객층에 판매됐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가입했다"며 "영업점에 고객이 많이 방문한 것은 우대금리 항목 충족 등을 위해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절차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신규 고객과 휴면 고객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11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은 더 들었지만 신규고객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거래를 끊은 고객도 다시 하나은행을 찾도록 한 셈입니다.
또 올해부터 적용된 새 예대율 규제로 인해 은행들은 전에보다 더 적극적으로 예금잔액을 늘려야 대출 여력도 여유가 생깁니다. 따라서 이번 특판으로 예금 3700억원을 늘어나 대출여력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이번 상품은 신드롬 이라고 불릴 정도로 은행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며 "하나은행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이에 준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는 게 은행업계의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하나은행의 상품 판매가 은행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금리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높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기 때문에 앞으로 은행들은 고객에게 금리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상품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