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을 지배하고 있는 JKL파트너스의 정장근 대표이사가 롯데손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등기이사 권한을 누리되 사외이사처럼 선임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기타비상무이사 직함을 통해서다. 롯데손보의 밸류업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의 시각이 쏠린다.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롯데손보 경영 전면에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이달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할 계획이다. 정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2022년 3월 말 주총까지다.
정 대표는 롯데손보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최대주주다. JKL파트너스 산하의 특수목적법인 빅튜라를 통해 롯데손보의 지분 77.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회사의 중장기 가치 및 수익성, 성장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 대표는 오랜 기간 JKL파트너스대표로 재직하며 다양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했다"고 평가했다.
JKL파트너스가 지배하는 빅튜라가 롯데손보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정 대표 선임은 원활히 이뤄질 전망이다. 정 대표 선임이 결정되면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강민균 JKL파트너스 부사장은 해당직 사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강 이사의 임기는 2021년 10월까지다.
1971년생인 정 대표는 삼정회계법인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현재 강민균, 이은상 부사장과 함께 2001년 JKL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기업구조조정 사업에 주력했지만 2004년 사모펀드 운용 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JKL파트너스가 현재 운용하는 펀드는 모두 7개. 운용자산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디케이화장품과 팬오션, 까스텔바작 등에 투자했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지분 53.4%를 3734억원에 인수한 것은 지난해다.
작년 10월에는 경제 관료 출신 최원진 JKL파트너스 전무를 롯데손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신규 선임해 이사회를 개편했다. 이어 빅튜라를 통해 37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 현재의 지배력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RBC)이 기존 150% 수준에서 200%대로 개선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왜 기타비상무이사일까
관건은 정 대표가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강민균 기타비상무이사를 대체하면서까지 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이유다. 정 대표가 롯데손보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롯데손보가 맞이할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상법 제382조는 사외이사 선임 결격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이중에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이사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사외이사는 이해관계를 떠나 경영진을 견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정 대표는 롯데손보의 사외이사가 되기 어렵다. 롯데손보 모회사의 등기이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타비상무이사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여타 등기이사와 같은 권한을 누리지만 사외이사 선임 요건과 같은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 일각에선 정 대표가 현직 기타비상무이사를 대체하게 되면 롯데손보 사업 재편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제 라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뿐 사실상 사내이사로 권한을 누리면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정 대표는 2016년 3월 말 JKL파트너스의 피투자기업인 자동차용 내장재 제조기업 두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상장예비심사청구 ▲기업은행 신규대출 약정 ▲상장을 위한 신주모집 및 구주매출 승인 등 이사회 안건 처리에 관여했다.
이 과정을 거쳐 두올은 7월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정 대표가 사실상 투자금 회수 작업에 관여한 셈이다. 정 대표는 같은달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내려놨다.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잔여 지분을 모두 털어내 총 1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롯데손보가 맞닥뜨린 과제는
현재 롯데손보가 맞닥뜨린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손보업계 고질병 중 하나인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회사 매각에 따른 직원 위로금과 퇴직금이 일시적으로 투입되면서 지난해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장 수익구조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 임직원 퇴직연금을 운용하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해왔기 때문에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지금 다양한 수익처를 발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사내 101개 조직을 76개로 줄였고 주가 부양을 위해 최근 3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조직 슬림화와 인력구조 효율화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는 1135억원. 2022년 1867억원까지 높여나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과정을 거쳐 롯데손보의 재정 건정성이 얼마나 개선되고 이것이 JKL파트너스의 출구 전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날 롯데손보 주가는 전일 대비 0.29%하락한 1715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10년간 등락을 거듭하면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