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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 30조 '돈 폭탄' 투하

  • 2020.03.24(화) 17:27

"채안펀드 비롯 총 30.8조 투입"
CP 안정화 역점…대기업도 포함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브리핑하고 있다./2020.3.24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대응에 돌입했다. 금융을 연결고리로 실물부문 충격이 증폭되는 걸 막기 위해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사용했던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2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보면 총 100조원의 자금공급 계획 중 채권·기업어음(CP)·주식 등 금융시장 안정에 쏟아붓는 돈이 4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체의 40% 이상을 회사채·CP·코스피 지수상품 매입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채권시장안정펀드다. 은행·보험·증권 등 80여개사가 분담해 총 20조원을 마련해 회사채, 우량기업CP, 금융채 등을 사들인다. 규모는 물론이고 매입제한도 확 풀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10조원 한도로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는 BBB+ 등급 이상의 금융채와 회사채, 채권담보부증권(P-CBO)만 사들였다. 이번에는 최근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지목된 CP를 매입대상에 포함해 단기부터 장기금리까지 금융불안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의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CP는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0.20%포인트 가량 올랐다. 증권사들이 해외ELS와 관련해 증거금 확보에 불이 떨어지자 CP 발행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다. 이 돈을 달러로 바꾸면서 외환시장마저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번 1차 비상경제회의 발표에는 없던 CP를 포함한 건 정부가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별도로 증권사에 유동성 지원 등의 방식으로 총 7조원을 풀기로 한 것도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염두에 둔 조치다.

우량기업 CP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활용해 안정을 꾀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시장소화가 어려운 기업 CP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지원할 방침이다. 증권사에는 대출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으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 CP 발행압력을 낮추는 작업에 돌입한다.

자금 투입 규모도 과거와 달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비롯해 회사채에 지원하는 금액만 30조8000억원으로 이 정도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31조원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채권시장 안정펀드는 10조원 중 5조원만 실제 집행됐다. 정책 자체가 시장심리를 안정시켜 10조원 전부를 동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두 배로 펀드의 규모를 늘려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이날 우선 3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자금조달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채권매입은 4월초부터 시작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채시장으로 온기가 전파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정부가 규모나 방법면에서 강한 조치들을 내놔 투자심리 안정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을 지원대상에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원활한 채권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P-CBO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을 통해 이번에 총 6조7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원대상에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회사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피해가 큰 항공업종이 지원대상으로 유력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달 24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다만 은 위원장은 "소상공인은 1000만원이 안 나와 애가 타는 분들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 자구노력'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치로 채권시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악화와 정부의 채권발행에 따른 구축효과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우량회사채와 비우량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러한 투자심리 악화는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우며, 투자자들은 적어도 2~3개분기 동안은 기업의 실적 개선과 구조조정, 부채 감축 노력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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