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자구노력 없이는 금융지원도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돈이 말라가는 항공사는 자금수혈이 절실한 모양새다.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항공업계에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항공업계, 금융지원 1순위서 밀렸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주요 칼럼니스트, 출입기자, 민간 자문위원 등에게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방향을 담은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서한을 통해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항공업계를 위한 종합적인 대안을 논의 중이며 확정되면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은 위원장은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선 은 위원장의 답변을 두고 항공업은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 인상을 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금융지원 우선순위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그리고 급작스러운 위기를 맞은 건실한 대기업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며 "항공업의 경우 자구노력을 언급하며 채권안정펀드의 편입대상에도 포함하지 않는 등 뒤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부터 회사채 시장의 경색 해소를 위해 가동된 채권안정펀드는 AA-등급 이상의 우량등급의 회사채를 우선 매입한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는 AA-미만으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 구조조정 돌입한 항공사…LCC 최대 위기
금융당국의 주문처럼 대부분의 항공사는 구조조정 초읽기에 나섰다.
금융업계는 국내를 대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살리되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는 살릴 곳만 살리는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FSC)인 만큼, 이들이 쌓아온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금융지원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은행 기업금융 관계자는 "항공사가 타국에 취항하기 위해서는 상당시간이 소요되며 이렇게 쌓은 네트워크가 힘이되는데, 항공사가 사라지면 이러한 네트워크도 잃는 셈이다"라며 "동아시아 최대 허브인 인천공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책기관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게도 대형항공사를 위한 금융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LCC업계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을 통해 LCC회사들에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LCC회사들의 재무상황 등을 따져볼 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 '코로나 감염' 항공사, 6개월 못 버틴다
LCC업계 중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을 제외하면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이들 회사 역시 매월 4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고정적으로 나가야 한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도 지난해 말 기준 22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인수한 이스타항공이 금융당국의 긴급자금 지원 대상에서 빠져있어 이스타항공 역시 책임져야 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일단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이 본격화하면 분리되거나 운항을 중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당장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위한 1차 유상증자시기를 미룬 것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 새 협상 테이블을 차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난기류…'혹시?'
이어 "나머지 LCC의 경우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할 지도 모른다"며 "그만큼 LCC회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항공사들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논의중이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