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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100일…선발까지 꿰찰까

  • 2020.07.01(수) 09:05

벌써 임기 30% 소화…내실다지기·코로나 지원 집중
앞으로가 중요…내·외부에 내놓을 뚜렷한 성과 필요

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이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DLF(파생결합증권) 사태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 쇄신과 코로나19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구원등판한 권 행장이 1년짜리 임기의 3분의 1을 소화했다.

권 행장은 그동안 취임 당시 목표에 따라 내부 결속과 코로나19 지원에 치중했고,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남은 임기를 어떻게 채워 나갈지에 더 주목한다. 급하게 투입된 구원투수가 선발투수 자리를 차지하려면 내실다지기에 더해 내외부적으로 자신 있게 내놓을만한 뚜렷한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평가다.

◇ 취임 100일 권광석…내실 그리고 코로나 집중 

지난 3월 24일 취임한 권 행장은 1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일반적으로 은행장의 임기는 2년 혹은 3년인데 권 행장은 1년에 불과하다. 벌써 이 임기의 3분의 1을 채운 셈이다.

권 행장은 그동안 내실다지기와 코로나19 지원에 몰두했다. 그에게 내려진 단기적인 목표에 충실했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올해 목표도 ▲고객신뢰 회복 ▲조직 안정 ▲영업문화 혁신 등 내실다지기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더해 연임에 성공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권 행장에게 주문한 임무는 코로나19 대비 비상경영이었다. 둘의 첫 행보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대문시장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현장경영'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권 행장은 취임 직후 그간 비공개로 진행하던 전국 영업본부장 및 임원진 회의 등을 전 직원에게 공개했다. 은행의 주요 현안에 대해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고객수익률 지표, 금융소비자보호 지표 등을 중심으로 성과평가제도(KPI)를 개선하면서 DLF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의 기반도 마련했다.

코로나19 지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우리은행에서 취급한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 지원액은 5206억원으로 현재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소진한 금액 중 25% 수준을 기록했다.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은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만 취급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방은행으로 확대됐다.

유일한 공대 출신 은행장답게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디지털 경쟁력 강화라는 혁신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무역금융 비대면 실행서비스를 내놓았고, 신한은행에 이어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을 전면 비대면화 한 바 있다.

◇ 남은 200일 그에게 남겨진 과제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우리금융 임추위가 권 행장을 낙점한 이유가 내실다지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권 행장의 IB와 해외IR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은행의 글로벌 전략 추진에 최적임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결국 그에게 주어진 단기 임무는 내실다지기와 코로나19 극복이지만 중장기적으론 해외진출 교두보 마련이란 확실한 과제를 부여한 셈이다.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맏형 계열사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권 행장이 구원투수라는 딱지를 떼고 선발투수로서 롱런하려면 우리금융 임추위가 부여한 미션에 대한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지만 최소한 중장기 계획에 따른 밑그림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은 기존에 진출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거점지역의 네트워크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권 행장 취임 직후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 모바일뱅킹 앱을 리뉴얼한 '우리WON뱅킹 베트남'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선 코로나19로 고생한 의료진에게 방호복 5000벌을 기부하기도 했다. 영업망 확대는 물론 현지 당국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다.

우리금융이 차기 M&A로 추진하고 있는 아주캐피탈 인수도 권 행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가 우리은행 IB그룹 부행장 시절(2017년) 아주캐피탈 인수를 주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017년 특수목적법인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3100억원을 투입해 아주산업으로부터 아주캐피탈 지분 74.03%를 매입했는데, 당시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출자했고 권 행장이 이를 진두지휘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다른 주주들의 보유지분까지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확보하고 있다. 우선매수권은 우리금융지주가 아닌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권 행장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있다.

재무적인 성과도 중요하다.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마저 덮치면서 꾸준한 수익성 상승이 쉽지는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여기에다 우리은행은 더 특수한 상황이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선 주가가 올라줘야 하고, 그러려면 그룹 순이익의 90% 이상을 맡고 있는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여의치 않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의 순이익 규모를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0%가량 줄어든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 행장이 단기 임무를 무난하게 수행하면서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선발투수 자격까지 따내려면 디지털과 글로벌, IB, 실적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적과 함께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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