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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사 위기' 지역 저축은행 살릴 방안은

  • 2020.07.03(금) 16:14

거센 디지털 물결에 M&A 등 규제 완화 제안
금융위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해야"

최근 몇 년간 금융권을 달궈온 화두는 단연 '디지털화'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들이 속속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습니다. 자칫하면 IT 계열 금융업체의 하청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규모에 따라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SBI와 OK, 웰컴저축은행 등 수도권 대형사들은 디지털화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반면 적지 않은 지방 중소형사들은 몰락의 전조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방 중소 저축은행의 고난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저금리·저성장 고착화로 경제활동이 둔화한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수익성이 뚝 떨어졌는데 디지털화까지 병행하자니 생각만으로도 숨이 허덕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고객들이 떠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금융권이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중금리 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죠. 같은 조건이라면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꾸준히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저축은행을 소유하도록 해달라는 게 첫 번째입니다. 전국을 6개 구역으로 나눠 의무대출 비중을 두고 있는 규제도 풀어달라고 합니다. 같은 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도 재고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정책 당국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본래 역할을 버리고 시중은행처럼 가도록 섣불리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축은행이 가진 본연의 역할과 장점을 잘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 창구로 그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인데요. 우리나라 저축은행 모태가 지역 서민을 대상으로 성장한 무진업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리한 주문은 아닐 겁니다. 저축은행들의 요구대로 이뤄지면 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본연의 역할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제시한 리치마켓 영역의 하나는 '관계형 금융'입니다. 저축은행이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등급과 재무상황을 고려하는 데 이어 차주와의 지속적 거래 방안과 접촉 방법, 현장 실사 등 정성적 정보를 다양하게 더해 지역 차주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대부분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동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에 주력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역금융이 아닌 투자 활동을 통해 생계를 끌어온 셈입니다.

다만 현재 업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저축은행에 새로운 과제를 던짐으로써 부담만 더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우려도 따릅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저축은행 업권이 혼자 하기엔 버거워 보인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죠.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건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핵심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축은행 업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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