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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저축은행, 관계형금융은 '양날의 검'

  • 2020.08.07(금) 15:08

코로나19·금융 디지털화로 관계형금융 다시 화두
그동안 외면했던 저축은행 업계엔 위기이자 기회

코로나19 확산과 금융산업의 급속한 디지털화로 이른바 관계형금융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앞세운 IT기업들이 속속 금융산업에 뛰어들면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는 건데요.

사실 오랜 시간 쌓아온 관계에 기반한 금융서비스를 말하는 관계형금융은 전통적인 개념입니다. 주로 금융 이력이나 재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영세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지역 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여러 걸림돌이 많아 그동안 뚱한 반응을 보여왔는데요. 그럼에도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저축은행들의 미래 생존전략은 결국 관계형금융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 "관계형금융이 뭔지 개념부터 정의해야"

사실 관계형금융은 우선 개념이 모호합니다. 어떤 차주에게 어떻게 대출을 해줘야 관계형금융인 건지 기준이 없다는 거죠. 금융당국도 2014년 당시 "특정 모델을 정해 관계형 대출을 유도하는 건 또다른 규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담보나 보증이 아닌 정성적인 정보에 기초한 대출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래도 석연치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적인 대출 과정에서도 비금융 정보를 얻기 위해 실사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의 신용금고 사례를 보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긴 합니다. 일본 내 255개 신용금고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신금중앙금고는 올해 4월 인수·합병(M&A) 플랫폼 서비스인 '신금(信金·しんきん) 트랜비'를 론칭했는데요.

각 지역 개별 신용금고와 거래하는 영세·중소기업 중 M&A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다른 신용금고 거래처 중에서 적합한 기업을 찾아 서로 매칭해주겠다는 겁니다. 신용금고가 M&A 중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일본 신용금고는 상시 고용인원 300명 이상 개인사업자나 상시 고용인원이 300명이 넘고 자본금 9억엔 이상 법인사업자와는 거래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금융 이력과 담보 능력이 충분치 않은 지역 영세자영업자들이 주요 고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이렇게 수십 년간 관계가 쌓이면서 지역 플랫폼 역할과 함께 관계형금융 모델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거죠.

◇ 충당금·신용평가 역량 등 선결 과제

물론 일본 사례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중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개인이나 기업이 저축은행을 찾아왔을 때 정량적 데이터만 보지 말고 평판과 신뢰 등도 감안하라는 메시지는 될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업계 반응은 뚱합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관계형금융이 저축은행의 태생적인 목표라고 해도, 현 상황에서 저축은행 혼자만으로는 관계형금융을 대폭 확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충당금 제도를 우선적인 걸림돌로 꼽습니다. 저축은행들은 다른 금융권처럼 대출채권의 건전성을 정상·요주의·회수의문 등으로 구분해 그에 맞게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요. 정량적 데이터가 없는 차주의 채권은 건전성이 낮게 평가되면서 충당금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정성적 데이터를 아무리 꼼꼼하게 파악하더라도 기존 감독기준을 고수하는 한 저축은행 입장에선 관계형금융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일부러 손해를 감내할 필요가 없다"라는 불평도 나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용평가 역량도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대부분 저축은행은 외부 신용평가기관 데이터에 자체 데이터를 합쳐 신용평가의 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영세한 지역 저축은행들은 데이터 취합과 가공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출 심사와 유지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를 만회하려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햇살론 같은 보증부 대출을 확대해 위험을 분담하라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답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보증부 대출은 위험 부담을 제3의 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저축은행이 차주의 정성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게을러질 수 있고 결국 대출 관리 능력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비정형 데이터의 출현…저축은행 '촉각'

저축은행의 포지션이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미 몸집이 비대해져 관계형금융에 주력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을 따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픈뱅킹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는데요.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연내 오픈뱅킹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러면 좋든 싫든 시중은행들과 일정부분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강점이었는데 저금리 기조로 금리 메리트가 없어졌다"면서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어 시장 위치가 불리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돌고 돌아 결국 답은 관계형금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비금융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틀을 구축해 대출중개사업에 나선 만큼 저축은행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말로만 외쳤던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 시장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 대출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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