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올해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2009년 이후 11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한 유일한 금융지주회사로 자리매김했다.
23일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중간배당 총 금액은 1460억원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5년 설립 이후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지난 2009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중간배당을 건너 뛴 이후로는 꾸준히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간배당을 한해 쉬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지주는 일반적으로 미래 부실에 대비하는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그만큼 순익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 측에 중간배당 자제를 우회적으로 주문하면서 올해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더 힘을 실렸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권의 손실부담 능력 확충을 위해 충분한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을 결의한 건 글로벌과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비은행 순익은 4079억원, 글로벌 순익은 16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5%, 64.9% 증가했다.
다만 손실흡수능력을 최대한 갖춰야 하는 은행은 중간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과 비은행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여기서 난 수익으로 중간배당을 하는 것"이라며 "은행의 자금공급 능력에 훼손을 주지 않도록 은행은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간배당을 하더라도 그룹의 건전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올해 상반기 525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중간배당 이후 그룹의 BIS비율은 14.08% 수준이며 연체율은 0.31%로 충분한 손실부담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344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1억원 증가했으며, 2012년 이후 최대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