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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손보 주인이 한화운용으로 바뀐 이유는

  • 2020.09.18(금) 14:27

한화손보, 캐롯손보 지분 68% 한화운용에 넘겨
경영 안정화 목적…캐롯손보는 투자 여력 제고
한화운용-캐롯손보 시너지 낼까 평가 엇갈려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지분 전량을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매각은 일단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경영 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한화손보는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신생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 입장에서도 꾸준히 지원을 받으려면 곳간이 넉넉한 한화자산운용이 훨씬 더 낫다.

다만 계열사 간 시너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갑작스런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이란 화두를 내세우긴 했지만 다른 업종으로 주인이 바뀌는 데도 이에 따른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그룹 내 금융파트의 디지털전략 전반을 지휘하고 있는 김동원 상무에게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한화손보, 캐롯손보 매각은 고육지책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지분 68.3%(보통주 기준, 1032만주)를 한화자산운용에 542억원에 매각했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 SKT(9.01%), 현대차(4.64%)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이전 이유론 우선 한화손보의 경영 안정성 제고가 꼽힌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6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은 데다 사업비를 과다 집행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영관리 대상에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경영관리 상황이나 지급여력비율(RBC) 등에 문제가 있으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가장 약한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만으로도 임직원 징계나 신규 업무 진출 제한 등의 규제가 따를 수 있다.

그러자 한화손보는 올 들어 꾸준히 경영 지표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180%던 RBC를 올해 상반기 말 현재 261%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기준 실적도 7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희망퇴직으로 고정비를 줄이고 채권 재분류와 매각 등을 통해 수익과 건전성을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매 이익을 낸 데다 올 하반기 태풍과 집중호우 등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그리고 대면 영업 위축 등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다. 당분간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신생회사인 캐롯손보를 계속 품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로 캐롯손보는 올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1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출범 당시 1000억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은 774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질적인 수익이 나려면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한화자산운용은 곳간이 넉넉하다. 올해 초 한화생명으로부터 5100억원의 증자를 받으며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한화운용은 특히 5100억원 중 디지털 분야에 3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와 코드도 맞다.

◇ 한화운용-캐롯손보 시너지 낼까

문제는 한화자산운용과 캐롯손보간 시너지다. 대주주가 같은 업종에서 전혀 다른 업종을 바뀌면서 그만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객 성향이 전혀 다른 자산운용사 플랫폼에서 캐롯손보가 판매 시너지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한화운용은 디지털전환 전략에 따라 올해 말 디지털 직판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기에 보험상품도 추가로 얹어 펀드 판매를 비롯해 보험상품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캐롯손보는 지금도 주요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카드, 토스, GS홈쇼핑, 티몬 등의 플랫폼과 제휴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보험료 규모가 작은 미니보험이어서 단기간 내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매각이 시너지보다는 자금지원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롯손보가 같은 손보사 아래 있을 때와 운용사 아래 있을 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한화운용이 디지털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긴 하지만 중점사업이 겹치면 오히려 비용적인 측면에서 잠식효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금융파트의 디지털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원 상무를 염두에 둔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상무는 2016년부터 한화생명 디지털혁신실을 통해 디지털 업무를 이끌어 왔으며, 지난해 8월에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에 올라 금융그룹 전반의 디지털전략과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맏형격인 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앞두고 있어 디지털 신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여기에다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마저 충분한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디지털전략 전반에 위기감이 드리우자 급작스레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김동원 상무의 야심작으로 꼽히는데 한화생명과 한화손보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자금지원 주체를 자산운용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번 매각이 대주주인 한화생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손보 지분 51%, 한화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100% 자회사인 한화운용을 통해 캐롯손보를 지배하게 되면 RBC 하락 요인이 되지만 그만큼 한화손보의 자본이 상승하는 만큼 연결 기준으로 따지는 한화생명 RBC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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