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 1단지와 압구정 현대5차를 보겠습니다. 2006년만 해도 두 아파트의 가격이 같았습니다. 지금은 차이가 꽤 나고 있죠. 현대5차가 많이 올랐지만 반포주공 1단지만큼은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유거상(38) 아실 대표가 스마트폰에서 앱을 켰다. 실거래가 그래프가 떴다. 2006년 각각 12억원 하던 두 아파트가 지금은 38억원(반포주공 1단지, 84.62㎡)과 28억원(현대5차, 82.23㎡)을 찍었다. 1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유 대표는 "반포는 재건축이 속도감있게 진행된 반면 현대5차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현대5차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비교했다. 현대5차는 부동산 하락기였던 2012년말 잠실주공5단지와 비슷한 가격으로 떨어졌지만 그 뒤 찾아온 상승기 땐 더 가파르게 올랐다.
"두 아파트의 가격이 붙어있을 땐 송파보다는 압구정에 있는 걸 사는 게 낫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과거의 가격흐름을 비교하면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요."
유 대표는 이런 식으로 경기도 수원의 최고가 아파트인 힐스테이트광교와 과천의 재건축 아파트를 비교했다. 6·17 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책 발표 이후 서울에 나타난 변화와 경기 김포에 외지인 거래가 늘어난 까닭도 풀어냈다.
"7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아파트가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도시개발2단지입니다. 13평, 21평 등 소형평형으로 이뤄진 곳입니다. 21평 가격이 4억원대에요. 서울에선 젊은층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 아파트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수요가 몰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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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가 각 지역 아파트 동향을 꿰고 있는 건 아실이 만든 앱 덕분이다. 아파트 실거래가의 준말인 아실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각종 정보를 생산해낸다.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허위매물 게재를 금지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의 효과를 설명할 때 인용한 통계가 아실에서 나왔다. 아실은 날마다 매물 증감을 수집한다.
특히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의 정보를 활용해 정확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는 가격과 층(層)만 나오지만 아실은 동(棟)까지 표기한다. 층이 같더라도 동에 따라 가격이 다른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정 지역의 갭투자 현황도 알 수 있다. 아파트를 매매한 뒤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은 계약을 일일이 추적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유 대표는 "예쁘고 재미있는 기능에 집중하기보다 매매나 투자 등 실전에 필요한 정보를 담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아실에 몸담기 전 삼성생명 VIP 고객을 대상으로 10년간 부동산 자문을 했던 이력이 있다. 그 때 보고 듣고 배운 경험을 앱에 녹였다.
지금까지 아실앱을 내려받은 사람은 160만 명, 월간이용자는 25만 명이다. 아실은 금융 쪽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부동산 비대면 대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유 대표는 "대출 받을 때 누구와 상담해야할지 몰라 공인중개사 소개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아파트 정보를 입력하면 담보인정비율(LTV)과 금리 등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고 단추만 누르면 대출신청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