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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룰 때문에? 삼성화재 무기계약직 특고직 전환 논란

  • 2020.11.20(금) 17:24

무기계약직 'GA매니저' 128명…특고직 보험설계사로 전환 추진
노조 "강제해고 전직시도 중단", 사측 "적법절차 퇴사유도 없어"
내년 '1200%룰' 적용 때문…업계 "고정비 감축 위한 전략" 분석

삼성화재가 무기계약직 신분인 GA(법인보험대리점)설계매니저(이하 GA매니저)를 특수고용직근로자(이하 특고직)인 보험설계사로 전환하면서 노사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타 보험사와 달리 삼성화재만 계약직을 유지해오던 것을 갑작스레 설계사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화재, 무기계약직 GA매니저 특고직인 설계사로 전환

삼성화재는 전국 400여명 계약직과 정규직인 128명 무기계약직 GA매니저를 내년 1월 1일부터 위촉직인 보험설계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이를 안내하고 지난 11월 11일 이들에게 ▲직무전환 신청서 ▲GA매니저(위촉직) 지원서에 서명토록 했다.

계약직과 무기계약직은 모두 삼성화재 소속 근로자로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만 설계사 전환 시 업무자체는 동일하다 해도 삼성화재 직원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위촉직인 만큼 언제든 해촉이 가능하고 기본급여가 아닌 업무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게 된다. 회사는 기존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업무성과 달성에 따른 추가적인 수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기본 급여 수준은 오히려 50만원 가량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년간 해왔던 GA매니저 직무를 유지하려면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해야 한다. 만약 무기계약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다른 직무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가능한 본인이 선택한 직무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환 업무가 기존 개인보험이 아닌 일반보험 관련 업무지원이나 심사, 자동차보험 설계 지원 등으로 차이가 있었다.

▲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화재 노동자(계약직 GA매니저) 강제해고 및 강제전직 중단 촉구 현장 증언대회 및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상훈 삼성화재노조위원장(왼쪽에서 3번째)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측은 이를 '강제해고'로 보고 신청서의 서명 무효화와 직무전환 진행 자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무기계약직 128명 가운데 현재 7명을 제외한 121명이 직무전환 및 위촉직 전환 신청서에 서명했지만 대부분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측과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GA매니저 업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고직인 설계사로 전환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근무지 변경과 어떤 업무인지도 모르는 다른 직무로 전환하는 선택을 강요받았다"며 "신청서에는 자발적 의사에 의한 신청이라는 문구까지 있었는데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 사실상 자발적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28명 가운데 무기계약직 유지를 바라며 직무전환을 선택한 사람은 80여명, 위촉직 전환은 40여명이며, 서명하지 않은 사람은 7명이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 서명한 사람 가운데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아서 ▲'자발적인 의사'부분을 삭제 후 제출 ▲직무전환시 월급여가 현재보다 줄어든다고 해서 ▲무기계약직을 유지하고 싶지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시간이라서 ▲선택하지 않을 경우 강제발령 난다고 해서 ▲제출하지 않으면 인사이동 불이익과 근거리 배정이 안된다고 해서 등 자발적이지 않은 정황이 다수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최초 발령 이후 향후 업무성과나 인력상황 등에 따라 타 직무로 발령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며 "7년 이상 GA매니저로 근무해온 이들도 있고 무기계약직 전환시 해당 직무로 계속 고용하는 조건이었지만 갑자기 다른 업무로 전환해 이후 성과평가에 따라 직무가 새롭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공청회, 설명회 등을 통해 직무변경 이유와 수수료 변경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진행했고 기존보다 더 나은 대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GA매니저 전환 관련해 적법한 절차 및 자율적 의사에 따라 본인의 직무를 선택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며 "퇴사를 유도한다던지,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설계사로 전환 근거 빈약…다툼 불거질 수도

삼성화재가 무기계약직을 특고직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차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노무사는 "전환 시 다른 큰 이익이 있어 자발적 의사로 전환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는 것과 달리 특수고용근로자인 설계사는 근로기준법 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러한 불이익 사실을 알고 전환한 것이 아니라 큰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착오를 유도했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화재가 전환해야 하는 근거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와 사업주가 동일 사업 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임금)'를 근거로 든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현재 위촉직으로 40여명이 전환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동일한 GA매니저 업무를 누구는 위촉직 설계사로 누구는 계약직으로 수행하는 것이 법상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전환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회사측 주장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며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모두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근로자가 아닌 특고직 형태인 설계사와 정규직인 무기계약직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노무사 역시 "사업자체는 무기계약직을 고용하든 설계사를 써서 하든 자유지만 특고직 보험설계사로 전환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데 근로기준법 6조 등을 적용해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오인된 내용으로 동의서를 받게 했다면 차후에 문제나 다툼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결국 '1200%룰' 때문…"고정비 감축 나선 것"

이같은 전환 움직임은 결국 '1200%룰' 때문이다. 현재 GA채널의 판매비중이 높은 손보사들은 대부분 GA설계매니저를 두고 있지만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설계사 신분이다.

'1200%룰'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계약자가 납입하는 1년치 보험료(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로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설계사가 계약으로 인해 얻게 되는 직·간접적 모든 비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GA매니저 급여도 이에 포함되지만 삼성화재는 정규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급여가 지급돼 1200%에서 제외된다.

삼성화재는 타사와 차이가 있어 당국이 본래 1200%룰을 추진하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설계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대로 고용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당국이 고용문제를 문제삼기는 어렵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계약직을 유지할 경우 1200%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GA 영업에 있어 상대적으로 삼성화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라며 "고용이 다르기 때문에 당국에서 지적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는 언제든 해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운용상 계약직이 많은 것보다 설계사가 많은 게 더 편하기 때문으로 사실상 고용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소속을 보험사가 아닌 GA코드 설계사로 전환할 경우 고용보험 도입 부담까지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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