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유의 업무 경계가 허물어지고, 저금리로 이자수익마저 줄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들을 중심으로 생활서비스 매칭을 비롯해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고 있고, 이를 위한 규제 완화도 진행 중이다. 국내 은행들 역시 비금융 플랫폼을 통한 수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7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경기 부진과 저금리 장기화로 고전하던 일본 지방은행들이 최근 예대 업무 위주의 사업모델에 한계를 느끼면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해 비이자수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진출한 비금융 사업은 생활서비스 매칭과 유통, 임대, 인력소개 등 다양하다. 히로시마은행과 일본 중국은행(中国銀行)은 은행 고객들의 이사와 가사대행, 집수리, 관혼, 성묘, 방역 등 생활영역 업체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서비스 업체는 저렴한 수수료로 고객을 확보하고, 은행 고객은 우수업체를 소개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초은행은 술과 야채 등 지역특산물을 발굴해 지역생산자 대신 역내외로 판매하는 지역상사를 운영 중이다. 은행이 위탁수수료와 입점수수료를 받는 등 협의의 유통업에 진출한 것이다.
건물을 임대하거나 인력소개업, IT 시스템 판매와 컨설팅을 하는 은행들도 있다. 교토은행은 단층건물 지점을 10층 건물로 재건축해 1개 층만 지점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상업시설과 호텔에 임대해 비이자수익을 내고 있다.
일본 은행들 역시 다양한 규제로 비금융 사업 진출이 쉽지 않았지만 2018년 은행법 개정으로 계열사를 통해 8개까지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 업무범위 확대와 출자 규제 완화로 은행 계열사를 통해 디지털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비금융 사업 영위가 가능해졌고 올해 중 개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 계열사가 아닌 은행 자체적으로 은행앱과 IT 시스템 판매, 데이터 분석, 인재 파견 등의 업무가 가능해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은행들의 다양한 비금융업무 진출은 예대마진 위주의 수익모델 다각화는 효과는 물론 금융업무와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 등 은행 업무 영역 확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일본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당국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을 확대하고,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지분 취득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 역시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융 외 영역에서 다양한 비금융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은 7~8월 중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배달의 민족처럼 배달중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