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노후준비 없이 은퇴를 맞은 사람들의 노후생활비 보장을 위한 '주택연금'이 집값이 높을수록 더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급한 연금액이 집값을 초과할 경우를 대비해 보증료를 받는데 손실 가능성에 따른 차등 없이 동일하게 보증료를 받기 때문이다.
◇ 주택연금이란
'하우스푸어'. 집은 있지만 노후생활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게 된 사람들을 말한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국가가 보증하는 금융상품인 '주택연금'을 운영 중에 있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사망 시까지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의 노후생활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정부가 주택을 담보로 보증을 서고 금융기관이 생활자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망 시 주택을 처분해 지급한 연금액을 상환하는 구조다.
나이와 주택가격에 따라 사망 시(종신형)까지 매월 정액으로 받거나 기간을 한정해 종신형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종신지급방식을 예로 들면 70세(부부 중 연소자), 3억원의 주택을 소유했을 경우 매달 약 92만원의 연금액을 지급받는다.
평생 거주가 가능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비해서도 금리가 낮아 주택을 팔아 생활하거나 대출을 받는 것에 비해 더 유리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주택연금이 개별 가입자의 특수성을 세세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집값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지급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받는 보증료의 경우 손실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보증료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사람들이 불합리하게 비용을 더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집값 초과 연금액 대비한 보증료…집값 높은 사람이 더내
주택연금은 가입 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상관없이 가입 시점에 정해진 금액을 계속 지급 받는다. 시세가 9억원과 11억원인 두 집의 공시가가 똑같이 9억원일 경우에도 동일한 연금액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액을 매달 일정금액으로 당겨 지급받고 이자와 보증료 등은 만기에 함께 상환하는 구조다. 즉 매달 연금액을 지급받는 것과 별도로 이자와 보증료가 쌓인다.
보증료는 초기보증료와 연보증료로 나뉘는데 초기보증료는 가입 당시 집값의 1.5%를 적용한다. 초기보증료부터 짒값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이 떼는 구조다. 최근에 초기보증료와 관련해 불만과 민원들이 계속되면서 본래 환급하지 않음에도 가입 후 1년 이내 사망 등으로 연금액 지급이 거의 되지 않은 경우는 초기보증료도 환급하도록 규정이 개정됐다.
연보증료는 보증잔액의 연 0.75%를 매월 나눠서 계산한다. 이같은 보증료는 모두 차후 집을 청산했을 때 총 지급한 연금액 보다 낮아 상환금액이 모자랄 것을 대비해 받는다. 즉 집값보다 지급한 연금액이 클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대부분 동일한 조건일 경우 연금액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상황은 집값이 높은 경우보다 낮은 경우에서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즉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에게서 집값을 뛰어넘는 연금액을 지급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보험은 이러한 통계와 경우의 수를 따져 요율을 정하지만 주택연금의 보증료에는 이러한 요율이 차등적용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실상 집값이 높은 사람, 공시지가가 같다고 해도 실제 시세가 더 높은 가입자가 보증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낸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 주택연금을 도입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요율 등이 세분화 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라며 "현재의 주택연금 보증료 구조는 신용등급이 더 높은데도 낮은 신용등급의 사람과 동일한 금리를 적용받는 것과 같아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사람들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현재의 주택연금은 보증료를 세분화 해야하는 등 시스템상 허점이 있다"라며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현재는 연금액을 동일하게 주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보증료에 할인할증이나 차등을 두는 형식으로 불합리한 요율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보증료에 대한 추가적인 할인할증 적용 등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손실발생 가능성에 따라 보증료에 대한 요율의 차등화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증료 체계 개선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높은 사람이 보증료를 더 많이 내는 구조는 맞지만 주택연금이 '역모기지'로 일종의 연대효과가 있다"라며 "한편에선 집값 상승률이 지역, 주택유형별로 다르지만 이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일부 유불리나 손실과 이익이 희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