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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책+]손해사정 최초 '표준 업무기준' 만든다

  • 2021.05.25(화) 16:52

'셀프 손해사정' 방지 방안
당국, 업계와 제재 근거 마련 
자회사에 50%이상 위탁시 이사회 보고

보험 민원 10건 중 4건에 해당하는 '손해사정'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진다. 특히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깎는 것이 성과지표에 반영돼 보험사에 유리하게 손해사정을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을 막는 방안이 추진된다. 

3년 전부터 논의만 거듭하던 손해사정 제도가 본격적인 개선작업에 들어섰다. '셀프 손해사정'을 막기 위해 앞으로 보험사가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체에 50% 이상을 위탁할 경우 업체를 선정한 이유와 평가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조사해 손해액을 평가하고 적정 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다. 하지만 보험사 대부분이 이를 상당 부분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으며,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성과지표를 이들에게 적용해 보험금 산정에 대한 공정성과 소비자 권익 보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손해사정 과정 및 단계/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제 2019년 기준 보험사들이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위탁한 비중은 75%에 달하며 대형사들을 비롯해 일부는 100%를 위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보험민원 중 손해사정 관련 민원이 41.9%에 달했다. 

보험금 지급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사의 신뢰 관계 형성의 기본인 만큼 당국은 손해사정사 선정단계부터 절차, 전문성 확보를 위한 보수교육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손해사정 관련 최초 표준 업무 기준 마련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표준 손해사정 업무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손해사정 업무의 일반적인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손해사정 관련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앞서 2013년도에 이미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됐으나 일반원칙 없이 자율성에 기반을 두면서 2014년 시행을 앞두고 흐지부지된 바 있다. 

특히 공통 기준 마련은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수많은 지적에도 손해사정 관련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았던 이유가 기준이나 근거가 없어 이를 당국에서 제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표준 기준 자체로 보험사에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내부통제에 반영해 준수해야 하는 만큼 내부통제 미흡이나 위반 등을 근거로 제재가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표준 공통 기준을 만드는 것은 결국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기준 자체로 제재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법령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만큼 제도개선의 실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표준 손해사정 업무기준은 손해사정업의 운영, 업무처리 등 손해사정업자의 세부적인 의무와 금지사항이 규정된다. 보험사 자회사인 위탁손사를 비롯해 비자회사인 고용손사, 보험사와 별도로 보험계약자 등이 직접 선임할 수 있는 독립손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일반원칙에는 △보험사나 보험계약자 중 일방에 유리한 손해사정 금지 △이해관계자의 손해사정 업무 개입 행위 금지 △이해상충 계약건에 대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 등이 담긴다. 공통 업무절차도 법령에 규정해 명확히 할 방침이다. 

손해사정사가 업무절차, 불공정행위 규정 등 위반 시 최대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제재 근거도 마련한다.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 차단장치 마련 

보험사가 회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하지 못하도록 손해사정 위탁 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위탁 세부기준과 절차 마련도 의무화했다. 

보험사는 △업무 전문성 △내부관리 수준 △보험금 분쟁발생 빈도 등 위탁손사의 선정, 평가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이들 업무수행을 반기별로 평가해 이후 업무위탁 결정에 재반영토록 했다. 

자회사와 비자회사(고용손사)를 동일 기준으로 비교·평가해야 하며, 자회사 위탁이 절반을 넘길 경우 선정, 평가결과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특히 보험금 삭감 규모나 비율, 손해율 등과 관련해 고정된 목표비율을 제시해 달성도를 급여, 위탁수수료, 위탁물량 등에 반영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보험사를 제재할 불공정행위 금지 근거도 마련한다. 

소비자 권익 보호 확대 기대 

또 소비자가 직접 선임할 수 있는 독립손해사정사 제도를 활성화하고 손해사정 내용을 담은 손해사정서 의무 기재사항을 확대, 이를 소비자에게 교부하는 기준을 확대해 소비자 권익보호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손해사정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보험연수원, 한국손해사정사회를 통해 실무수습과 2년마다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손해사정사 보조인을 통한 무자격 손해사정을 막기 위한 보조인 업무범위도 정할 방침이다. 

이외 보험금 삭감, 거절에 악용될 수 있는 의료자문 관련 절차 및 기준 마련도 추진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삭감에 부당하게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를 의무화하고 의료자문 대상 선정과 관리기준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 역시 처음으로 보험사는 내부 의료자문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무분별한 의료자문 등으로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거절할 수 없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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