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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에 약속을 더하다'…우리금융의 남다른 ESG 원칙

  • 2021.05.31(월) 07:00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김재영 우리금융지주 ESG경영부 부장
ESG 금융 원칙 제정 실천 강도 높여
여신 포트폴리오·심사체계 대수술 중

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

"탄소 배출 감소와 금융과의 관계가 모호해 보인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 차원에선 물론 각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차원에서 투 트랙으로 연계돼 파급이 더욱 크죠. 다만 아직은 시작 단계인 만큼 명확한 어젠다를 설정해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SG 원칙을 제정한 것도 이런 부분이 큽니다."

올해 금융권에서는 어느 권역보다 ESG 열풍이 거세고 그 중심에는 금융지주사들이 있다. ESG가 아직 태동기에 있다 보니 전략 설정이 대동소이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은 ESG 경영 원칙과 함께 ESG 금융 원칙을 제정해 남다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재영 우리금융지주 ESG경영부 부장을 만나 우리금융의 ESG 경영 및 금융 현황과 향후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김 부장은 우리금융 주요 자회사인 우리은행에서도 ESG 기획부장을 겸임하며 우리금융 ESG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김재영 우리금융 ESG경영부 부장/사진=비즈니스워치

원칙 제정해 ESG 실천 가능성 높여

우리금융은 2019년 1월 지주사 설립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도입했고, 사회공헌부를 확대 개편해 같은 해 12월 ESG경영부를 신설했다. 그룹 경영전략과 연계하는 지속가능경영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 1월 전 그룹사 CEO가 ESG 경영원칙에 서명하고 지난 4월에는 선도적 ESG 경영을 위한 '우리금융그룹 ESG 금융 원칙'을 제정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ESG 금융 원칙 제정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금융업 각 부문에 산재해 있던 ESG 금융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인데 구체적인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성과 평가에도 반영을 해나가고 있다.

김 부장은 "기존에도 금융사로서 ESG를 계속 실천했지만 그간에는 잘 모르고 해왔다면 이제는 제대로 알고 책임감을 갖고 실천하자는 의미가 크다"며 "실제로 지주사 경영진과 자회사 CEO들에 대해 성과평가 배점을 만들었고 평가와 성과 보상 반영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신 포트폴리오·심사 체계도 바꾼다

ESG 금융 원칙에서 주목할 점은 E, S, G에 대한 원칙을 단순 항목별로 나눈 것이 아니라 금융 분야에 특화해 정의와 목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사업별 의사결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향후 운용 결과 역시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제정된 원칙을 보면 여신과 수신, 채권,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운용 등 자회사의 각 사업별 상품과 서비스, 금융지원에 대해 체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걸맞게 자회사들의 ESG 리스크 관리와 심사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기존엔 재무적 리스크만 고려했다면 ESG 관련 비재무적 리스크를 모두 평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우리금융을 비롯, 금융사들의 주요 여신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최근 ESG 금융 강화와 맞물려 친환경 산업 지원이 늘어나고,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2050 탄소중립 금융그룹' 선언과 함께 탈석탄금융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단하고, 기존 투자 자산도 리파이낸싱 시점에 가능한 회수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PF 투자는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 대기리 풍력발전,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 전북 부안 서남해 해상풍력, 청송 노래산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금융지원을 여럿 주선했다. 

우리금융그룹 ESG 금융 원칙/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김재영 부장은 금융사의 경우 자체적인 탄소배출 감소뿐 아니라 금융 지원을 통해 '넷 제로'를 유도하는 투 트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훨씬 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기후변화 리스크로 인해 금융사들은 금융지원 시 담보 가치 하락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친환경 기업의 경우도 부실화 가능성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당장 ESG 흐름과 맞물려 금융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는 석탄 기업들의 경우 탄소배출량 감소를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만큼 정확한 실사 능력과 운용의 묘가 필요한 셈이다.

"ESG 금융에 맞게 중장기적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갈 계획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 산업군에 대한 자금조달 부담 우려도 있지만 단순히 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출금리 조정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 감소를 서서히 유도해가는 유연한 로드맵으로 보면 됩니다."

금융지주 최초 ESG 인증등급 채권 발행  

앞선 투 트랙 차원에서 우리금융 역시 한 기업으로서의 ESG 경영을 적극 실천 중이다. ESG 채권 발행 역시 그 일환으로 올해 3월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ESG 인증등급 제도를 적용한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지속가능금융 인증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ESG 채권 인증등급은 아직까지 의무 사항은 아니고 회계법인 등 여러 인증 가이드가 있지만 오랜 노하우와 함께 경영진의 선제적인 의중을 반영한 덕분에 ESG 채권 인증등급 획득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1조2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찍었고, 코로나 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4억 호주달러에 이르는 캥거루채권을 ESG 채권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ESG 채권 발행에 따른 금리 경쟁력도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장은 "ESG 채권을 일정 비중 발행해야 하는 데다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금리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SG, 갈 길 멀지만 거스를 수 없는 긴 흐름

금융지원을 위한 채권 발행 외에도 자체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도 힘쓰고 있다. 금융사의 경우 제조업보다 탄소배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지만 금융산업 고유의 특성 상 전력 등 에너지 사용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우리금융 역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고 고효율 에너지 전환,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대와 함께 종이통장 줄이기 등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ESG 실천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생명의 숲 조성사업, 지속 가능경영보고서 발간, ESG 기업문화 확산을 위한 으쓱(ESG) 캠페인도 쉼없는 ESG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사전에 설정한 탄소배출 감소 목표치를 내부적으로 거의 달성한 상태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직 ESG가 시작 단계다 보니 국내에서는 벤치마크 사례를 찾기 어렵고 조금이나마 앞서 있는 유럽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아직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녹색금융에 대한 감독 체계를 마련 중인 상황이어서 발을 맞춰가는 것도 필요하다.

김재영 부장은 "ESG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비슷하고 ESG를 사회 공헌 관련 부서 쪽에서 주도하는 것이 트렌드지만 ESG가 경영 전반의 활동인 만큼 전략적인 부분이 좀 더 더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과거와 달리 ESG가 반짝하다 사라질 유행에 그치진 않을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녹색금융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두해가 아닌 상당히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ESG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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