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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부메랑 우려에 웃지 못하는 은행들

  • 2021.05.31(월) 16:51

이자이익 증가보다 여신 부실이 더 고민
작년 쏠쏠했던 자산운용 순익도 내리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낸 가운데, 연내 인상론까지 불거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통상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업계는 핵심이익인 이자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만 이번의 경우 부정적인 기류도 포착된다.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17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더 큰 이자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지 여력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역시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하에 채권 중심의 자산운용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저금리와의 작별에 마냥 웃기 힘든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주열 총재가 쏘아올린 금리인상 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지난 27일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시에 연내 인상 가능성은 물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이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던 이주열 총재의 발언과 대비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낸 이유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며 "나중에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예전과 다른 상황에 은행들 고민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융통한 돈은 1765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속도조절이 나서고 있지만 이 추세라면 올해 안에 18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핵심 이익 중 하나인 이자이익은 대출 총량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특히 은행의 대출 중 절반 이상이 가계대출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가계대출 증가가 은행에게는 이익실현의 요건이 되고 금리가 상승하면 이는 더욱 커진다. 대출 자산이 꾸준히 늘어가는 가운데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이익까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기준금리 인상은 오히려 은행의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상적으로 회수되지 못하는 대출이 많아지면서 연체율 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이후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시계열 그래프.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그래프가 올곧지 않지만 일정한 흐름을 보인다. 

2016년 1월 이후 금감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시계열을 살펴보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우상향한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 이후로 당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일단 은행들은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현재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간 은행 대출은 정상적으로 상환되는 비율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해 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신용대출이 가계대출의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이자를 유예해 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준 대출까지 있다. 즉 취급한 대출 중 리스크가 큰 대출의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대출도 있었지만 투자를 위해 융통한 자금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전체적으로는 이자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수는 있다. 특히 최근 취급된 대출은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가 예전보다 더 크게 와닿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이긴 하다"고 말했다.

쏠쏠했던 자산운용 순익도 내리막길 걷나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인 동시에 지난해 은행의 순익 증가를 이끌었던 비이자이익 증가세를 꺾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들은 지난해 유가증권‧외환파생 분야에서 톡톡한 순익을 냈다. 특히 채권 트레이딩 부분에서 저금리 기조 효과를 꽤 봤다. 

통상 채권 트레이딩은 시장 금리가 낮을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가 낮을수록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저금리일수록 더욱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 트레이딩 부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하면서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관련 분야 중 채권 관련 트레이딩에서 수익이 많이 났다"며 "올해 초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시장에 시장금리 상승이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등이 개진되기 시작하면 시장금리는 더욱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관련 손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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