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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공격적인 다이렉트 보험 상품이 온다

  • 2021.06.22(화) 09:30

설계사를 통해서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던 소비자에게 보험사가 직접 운영하는 다이렉트 채널의 등장은 가입 방법의 선택지를 늘리는 좋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다이렉트 보험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대면채널에서 판매 중인 최신 약관이 빠져 있거나 선택한 상품에서 고를 수 있는 약관이 적다. 

예를 들어 특정 다이렉트 운전자보험은 일상생활배상책임 약관이 빠져 있다. 설계사가 직접 설계하는 대다수의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등 필수 운전자 약관을 포함 여러 상해 및 비용손해를 택할 수 있고 주택화재보험의 주요 약관까지 가입 가능하다. 하지만 다이렉트 상품은 이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고 최신 약관이 대면채널과 비교 늦게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보험사 내 대면채널과의 긴장감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험사의 신계약 모집 대부분을 대면채널이 담당했기에 다이렉트 채널의 성장을 견제한다. 또한 주력 매출을 대면채널이 책임지고 있기에 다이렉트도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비대면은 선택지가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고 다이렉트 채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 인가는 비대면 채널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보험사는 말 그대로 대면채널이 없다. 따라서 대면채널이 모집 중인 상품에 준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비대면 채널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함은 채널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런 일은 전통적으로 모집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대면채널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비대면 채널은 상품 경쟁력과 더불어 보험료 경쟁력까지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대세로 자리 잡은 주요 이유는 대면채널 대비 저렴함이다. 비대면 채널은 신계약 모집 수수료가 없으며, 사업비도 대면채널과 비교했을 때 적다. 이런 이유로 보험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다. 상품 자체의 매력도 있으면서 가격도 착한 보험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매우 반길 일이다.

물론 이런 예측을 두고 여전히 대면채널의 절대적 우위를 주장하는 측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존 다이렉트 상품이 대면과 비교하여 열세에 있었음을 본다면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 인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순 없다. 예를 들어 타는 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캐롯 손해보험의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기존 보험사가 만든 다이렉트 채널에서 등장할 수 없었던 이유는 대면채널과의 긴장감 때문이다. 족쇄가 풀린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 소비자의 마음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카카오의 보험 산업 진출은 은행업을 흔들었던 것처럼 보험 산업의 채널 지형을 변동시킬 수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성장이 가속화되면 보험사가 운영 중인 다이렉트 부서도 대면채널의 눈치 등으로 인해 묶여 있던 족쇄를 풀고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일 절대적인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대면채널에게는 가장 큰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가령 현존하는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이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네이버나 토스 등 플랫폼과 협업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손쉽게 여러 다이렉트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가입까지 완료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보험사의 진격은 연쇄작용을 통해 모집 채널의 중심축을 급격하게 옮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금융에서도 보험이 가장 늦은 편이다. 타 금융만 보더라도 카카오 뱅크나 토스 증권이 기존 은행과 증권사를 긴장시키고 전체 산업 지형을 변화시킨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더 나가 물건을 살 때 누구나 네이버나 쿠팡에서 검색 후 가장 저렴하고 후기가 좋은 상품을 선택하여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을 받는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데 보험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다만 대면채널이 이런 변화를 무시한 채 과거의 영광만을 떠올리며 관성에 젖어 대응 시기를 놓친 느낌이라 아쉬움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보험사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하나의 변화가 연쇄작용을 통해 어떤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살피고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혜택이 커지기에 변화를 반긴다. 따라서 각 채널은 소비자를 두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극대화 시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변했고 보험만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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