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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무분별한 다빈도·저심도 보장 확대

  • 2021.07.20(화) 09:30

최근 보험사의 신상품 전략을 보면 누적한도를 우회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보인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제3보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대면채널 내부의 경쟁 또한 심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피보험자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유 계약의 업셀링 전략은 단기적 성과를 만들기 쉽다. 하지만 제3보험의 주요 특약은 한 명의 피보험자에게 가입 시킬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누적한도에서 자유로운 다빈도 저심도 위험에 대한 확대가 주를 이룬다.

질병 보장을 살펴보면 다빈도 수술, 위궤양, 녹내장 진단비 등 기존 상품군에서 다루지 않은 수술비와 진단비가 쏟아져 나온다. 전통적으로 진단비와 수술비 특약은 암과 심장 및 뇌혈관질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해당 영역의 누적한도가 포화되었기에 기존 고객에게 신계약을 제안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보험금 규모는 적지만 사고 확률이 높은 영역으로 보장을 확대하면 누적한도를 우회할 수 있고 제안 자체도 쉬워진다. 또한 보험료 수준도 낮아 고객도 부담 없이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질병뿐만 아니라 상해 담보군에서도 운전자보험을 중심으로 유사한 움직임이 반복된다. 교통사고 시 경미한 부상에서 과도해 보이는 보험금을 약속하는 특약이 출시되고 다빈도 상해 사고의 보장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큰 피해가 아님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험은 반길만하다. 이런 실질적인 보상 사례를 바탕으로 다빈도 저심도 위험에 대한 영업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이런 형태는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지점을 남긴다.

우선 보험의 본질이 왜곡되는 점이다. 보험이 보장해야 할 위험은 조기사망이나 중대 질병의 진단과 이후 상황에 대한 대비 등 저빈도 고심도 위험이다. 하지만 다빈도 저심도 위험이 모집 시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상황에서 본질적 위험을 보장하지 못하는 설계와 제안이 많아져 우려스럽다. 특히 해당 영역은 건당 보험료가 낮아 설계사의 장기적인 소득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저렴한 보험료로 높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이익일 수 있다. 하지만 저심도 위험에서 돈을 많이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심도 위험에서 충분한 보험금을 받는 일임에도 이를 망각하는 우를 범한다.

또한 다빈도 저심도 위험 보장의 보험료가 언제까지 낮을 수는 없다. 보험금의 수준은 낮지만 사고 발생 확률이 높기에 해당 영역의 손해율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여기에 IFRS17이 적용되면 계약서비스마진(CSM, Contractual Service Margin)이란 개념이 도입된다. 보험 계약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설계나 특약이 포함된 계약은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기에 계약서비스마진을 낮거나 음수값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특약은 판매가 중지되거나 체결된 계약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보험의 본질에서 벗어난 보장 영역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보험사 및 대면채널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모집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은 손해율의 역습을 당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안 난이도가 있지만 본질적 위험 보장인 저빈도 고심도 위험에 대한 컨설팅이 필요하다. 최근 비대면 채널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다빈도 저심도 위험은 굳이 설계사를 만나지 않아도 고객 선호도가 높기에 다이렉트 채널 등에서도 쉽게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영역에서 채널 경쟁을 할 경우 대면채널은 보험료 경쟁력에서도 밀려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면채널만의 차별적 경쟁력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난이도는 있지만 본질적 위험을 컨설팅하고 제안하는 능력을 길려야 할 시기다.

또한 보험사도 신상품 전략에 있어 대면채널이 채널 고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컨설팅이 가능한 상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손해보험의 통합 상품을 예로들면 과거 피보험자의 나이를 1년 단위로 조정하여 보장기간을 설계할 수 있었던 상품이 존재했다. 이를 통해 사망 및 생존 담보의 복층설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품은 획일적인 세만기 설계만 가능하여 설계사의 컨설팅 역량이 충분하더라도 상품 구조 때문에 이를 펼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살펴본 것처럼 근시안적 시각에서 높은 손해율이 예상되는 영역을 확대할 경우 보험사의 장기적 이익도 하락한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모집시장의 주력인 대면채널의 컨설팅 역량 및 소득 하락을 불러온다. 보험은 금융상품 중 호흡이 가장 길다. 장기적 시각에서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본질적 위험에 집중하고 통합적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전략을 짜야 보험사와 대면채널 그리고 소비자 모두 만족할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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