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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양이 곧 질을 보증하던 시대의 종말

  • 2021.07.27(화) 09:30

한국 보험 산업을 되돌아 볼 때 스탈린의 '양은 곧 질'이란 말이 떠오른다. 현재까지도 신계약 모집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면채널은 설계사의 수를 늘리면서 성장했다. 인당 생산성인 질의 향상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적 우위인 양 그 자체가 매출의 증가를 보증했다. 따라서 영업 관리자의 가장 큰 덕목은 신규 설계사를 유치하는 능력으로 평가받았다. 매달 실시되는 설계사 자격시험 응시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였고 이런 전략이 실제 한국 보험 산업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 많은 사람을 유치하면 탈락자도 늘어나겠지만 정착률도 높아지기에 양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은 성장을 위한 절대 조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모집 시장을 살펴보면 양이 곧 질은 보증하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선 인구가 줄어들고 시장이 포화되었기에 신입 설계사가 정착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많이 뽑아 놓으면 매출이 알아서 오르던 때의 전략을 고수해서는 초기 유치비용만 증가할 뿐 장기적인 매출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계약 한 건을 모집하는데 있어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갔기에 신인 설계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아무나 많이 뽑아 놓으면 알아서 많이 생존할 것이다'란 안이한 생각은 보험사 또는 보험대리점(GA)의 영업이익률을 하락시킨다.

여기에 7월부터 특수고용직인 설계사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의무화되었다. 고용보험의 경우 월 보수가 80만원 미만이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산재보험의 경우 월 보수와 상관없이 적용되기에 전속 대면 채널을 운영하는 보험사 또는 보험대리점의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보험대리점의 경우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양적 성장에 기대왔다. 저능률 설계사라고 하더라고 일단 등록을 시켜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해당 설계사가 한 건이라도 체결하면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속 설계사의 양적 우위는 보험사와 수수료나 시상을 협상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올 초 초년도 수수료 제한이 실시되었기에 보유 설계사의 수적 우위가 주는 이점이 많이 퇴색되었다. 결국 저능률 설계사라도 보유하여 양을 확대하는 것이 질까지 보증했던 시절이 저물고 있다. 매출 총량이 줄어드는 형국에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추가 부담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대폭 발생했기에 더 이상 저능률 설계사를 보유할 유인 동기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양이 곧 질을 보증하던 시대가 끝나고 질 그 자체가 중요하기에 설계사의 인당 생산성을 철저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런 시기 개별 설계사와 영업 관리자의 대응이 중요하다. 우선 신입 설계사를 유치하는 일에 있어 과거처럼 아무나 앉혀 놓으면 곤란하다. 정착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교육 등을 통해 개별 설계사의 능력을 성장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을 선별하여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무턱대고 양에 기댄다면 비용이 증가하고 정착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별을 통해서 정착 가능성이 높은 옥석을 가리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특히 설계사 모집을 위해 '겸업이 가능함'을 강조하며 편하게 보험일을 시작해 볼 것을 권하는 일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양만 늘리는 것은 더 이상 성장을 도모하지 못한다. 보험 설계사란 직업 하나에 집중해도 정착이 어려운 상황에서 겸업자를 유치하는 것은 탈락이란 결과가 뻔히 예상된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인해 모집 절차에서 준수해야 할 상황이 많아졌고 위반 시 행위자뿐만 아니라 소속 조직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보험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뽑아 육성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기존 설계사도 본인의 인당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험 산업, 특히 대면채널이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험사는 전속 채널이나 GA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능률 설계사는 그 자체가 비용으로 인식되기에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경쟁력과 역량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보험사나 대리점에게 매력적인 설계사로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을 높인다. 갈수록 설계사 간 편차가 벌어져 고능률 설계사와 저능률 설계사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비대면 채널의 부흥으로 인해 채널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개별 설계사의 경쟁력은 생존의 문제다.

보험은 미래를 지향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는 노력이 보험이기 때문이다. 보험 산업과 그 종사자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예전의 방식만을 고수하면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양이 곧 질을 보증하던 시절이 저물고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산업이 성숙하면 결국 양이 아닌 질을 놓고 경쟁한다. 보험도 이런 절대적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험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양적 출혈 경쟁이 아닌 질의 도모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타 금융 모두가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보험만 뒤쳐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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