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상장하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카카오페이의 희망공모가액 상 기업가치는 최대 12조원대지만 할인율을 제거하면 16조원대로 높아져 기존에 고평가됐다던 예상치와 유사하다.
공모가 산정에서 비교회사가 된 페이팔, 스퀘어가 카카오페이처럼 결제 서비스를 주요 업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에는 가상자산 쪽에 발을 들이면서 중장기 성장 계획에서는 차이가 발생하고, 가치 산정 과정에서도 일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률 조정 EV/Sales 방법론의 한계
6일 카카오페이가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페이팔과 스퀘어, 파그세구로 디지털 3개 회사와의 비교를 통한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평가 방법을 활용했다.
EV는 Enterprise Value, 즉 기업의 현재 총 가치로 시가총액와 순부채를 합한 수치다. 순부채는 총 부채에서 총 보유 현금성 자산을 뺀 값이다. 차입금이 많으면 양(+)의 값, 현금성 자산이 더 많으면 양(-)의 값을 가진다. 일례로 시가총액이 100억원이고 순부채가 10억원인 기업을 인수하려면 110억원을 내야 한다.
EV/Sales는 기업가치(EV)를 총 매출(Sales)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가치가 매출 대비 몇 배로 평가받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EV/Sales은 현재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에 대한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매출 지표를 살피는 것인데 부채도 고려하기 때문에 단순히 매출만으로 산정하는 지표보다 오히려 정확할 수 있다.
EV/Sales는 배수가 낮을수록 저평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EV/Sale이 높을수록 향후 매출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성장률 조정 EV/Sales은 EV/Sales에 성장률 조정 계수를 반영한 것으로 성장률 조정 계수는 비교회사의 기업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눈 뒤 다시 매출액 성장률로 나눈 값이다. 카카오페이의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매출액 성장률에 성장률 조정 계수를 곱하면 된다.
단, 성장률 조정 EV/Sales가 적합한 투자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비교 기업 간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유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교기업이 동일 업종, 사업을 영위해도 각 회사의 고유한 사업 구조, 시장점유율, 인력 수준, 재무안정성, 경영진, 경영 전략 등에서의 차이가 한계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성장률 조정 계수를 산출할 때 비교회사의 과거 매출액 성장률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계수를 사용한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가 회사의 미래 성장률 전망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카카오페이는 설명하고 있다.유사한 결제기업이지만 비트코인 사업 변수
카카오페이 공모가 산정 시 비교회사는 페이팔과 스퀘어, 파그세구로 디지털로 페이팔과 스퀘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기업이다. 파그세구로 디지털은 카카오페이보다 일주일 앞서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 산정에서도 활용되며 최근 국내에서 이름을 알렸다.
페이팔은 최초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으로 닷컴버블 시기인 1998년 창립돼 업력이 꽤 오래됐다. 당시 은행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이베이 등 사이트의 결제수단으로 쓰이며 크게 성장했다.
스퀘어는 2009년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모바일 결제 기업으로 대표적인 핀테크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퀘어의 경우 중소 상공인들이 핸드폰 이어폰 단자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카드 결제기를 무료로 배포하고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서비스로 성장했는데 현재는 포스(POS) 단말기 시스템과 중소 상공인을 위한 대출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페이팔과 스퀘어의 기업가치(EV)는 각각 3154억 달러와 1025억 달러, 매출액은 241억 달러와 202억 달러로 EV/Sales 배수는 각각 13.1배와 5.1배다. 1분기 매출액 성장률은 16%와 83%, 성장률 조정계수는 81.6과 6.1로 계산된다. 매출액 성장률의 경우 2018년 매출과 2021년 1분기 매출에 근거한 연환산 매출액을 활용했다. 파그세구로 디지털의 성장률 조정계수 46.5까지 감안한 3사의 평균 성장률 조정계수는 44.7이다.
단 여기엔 일부 변수가 있다. 스퀘어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매출액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를 제외하면 매출액 성장률은 23.3%로 하락해 성장률 조정계수는 71로 크게 높아진다. 이 경우 3사 평균 성장률 조정계수는 66.4까지 올라가게 되고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도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는 비트코인 관련 부분을 제외한 스퀘어의 EV 산출이 불가능하고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견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매출액을 반영한 성장률 조정계수(6.1)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의 매출액 성장률 83.4%와 성장률 조정계수 44.7을 곱한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37.3배다. 여기에 매출액 4288억원을 곱한 기업가치는 15조9719억원이며 차입금과 현금 자산 등을 적용하면 적정 시가총액은 16조6192억원, 주당 평가금액은 12만2307원으로 높아지게 된다.
앞서 스퀘어의 비트코인을 제외한 매출에 근거한 성장률 조정계수를 적용할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24조원대까지 높아지게 된다. 이를 보수적으로 낮추고 공모가에서 48.49~21.51%의 할인율을 적용해 절반 수준인 12조원까지 낮춘 셈이다.
중장기 사업 계획에서 가장자산 유무 달라
지난 2일 현재 페이팔의 시가총액은 3410억 달러(386조원), 스퀘어는 945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해 10조원대의 카카오페이와는 사실상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페이가 내수에 치중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을 규모다.
이에 더해 매출 구조 상 카카오페이와 달리 페이팔과 스퀘어의 경우 최근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하면서 관련 매출과 함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결제서비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98.7%로 100%에 육박했지만 올 1분기 62%까지 떨어졌고 금융서비스가 33.3%까지 치고 올라왔다. 상장 자금 활용에서도 증권과 보험 등 금융 서비스 확대에 상당부분을 활용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하며 금융서비스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달리 페이팔은 결제처리 매출 비중이 여전히 93%에 달하고 나머지는 기타서비스다. 3분기 중 개인형 맞춤서비스 앱을 론칭할 예정이지만 금융서비스 확장 속도는 지켜봐야 한다. 스퀘어 또한 다양한 금융플랫폼을 지원하며 개인 디지털 뱅크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사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다.
페이팔과 스퀘어의 경우 올해 가상화폐 거래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스퀘어는 관련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페이팔은 올해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통한 매출을 3억~6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 전망치 260억 달러 대비 아직 비중이 미미한 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퀘어는 1분기 51억 달러 매출 중 비트코인 매출이 35억 달러를 차지했다.
코인 활용과 확장성 면에서는 정반대다. 페이팔은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스퀘어는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화폐 거래는 배제하면서 비트코인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매출 급증과 달리 매출총이익에서 비트코인 관련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미미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 두 기업 주가가 가상화폐 가격 흐름에 따라 현저한 영향을 받고 있고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향후 중장기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페이와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