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 일정이 지연된 카카오페이가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들고 다시 증시 문을 두드린다. 그간 고평가 논란이 꾸준히 일어 온 것을 의식해 일단 공모가를 소폭 낮췄다.
하지만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됐던 비교회사를 변경했음에도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높은 데다 정정신고서에 추가된 카카오페이의 석 달간의 실적도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낮추면서 뜻하지 않았던 상장 지연이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페이팔, 스퀘어 빼고 스톤코, 업스타트홀딩스 포함
지난달 31일 카카오페이가 정정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된 비교회사는 파그세구로 디지털과 스톤코, 업스타트홀딩스 3곳으로 이 가운데 2곳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파그세구로와 함께 결제 서비스를 주요 업으로 삼고 있는 페이팔과 스퀘어가 활용됐다.
앞선 기존 3개 기업의 경우 블룸버그산업분류상 데이터 및 거래 처리장치(Financial Transaction Processors)에 속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 금융(Consumner Financs) 기업도 분류기준에 추가됐다. 새롭게 추가된 두 비교기업 모두 대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스톤코는 파그세구로 디지털과 국적이 같은 브라질 핀테크 기업이다. 브라질의 페이팔, 스퀘어로 불리며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톤코는 플랫폼을 통해 중소상공인에게 결제 단말기를 대여하고 대출 관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코로나 19 여파로 브라질에서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2018년 상장 후 주당 20~40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지난해 90달러대까지 주가가 뛰었고 최근에는 40달러대로 다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스타트 홀딩스는 AI를 활용한 대출 플랫폼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AI를 통해 대출조건을 알고리즘화 해 보다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인데 구글 직원 출신이 2012년 설립한 후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주가 흐름은 스톤코보다 더 양호하다. 올해 초 상장된 후 업스타트홀딩스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1월 40달러 중반이었던 주당 가격은 최근 230달러까치 치솟았다.
스톤코와 업스타트 홀딩스를 비교회사로 선정한 데는 향후 카카오페이가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소액여신 서비스와 유사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모바일 후불교통 서비스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돼 관련 서비스 개발을 준비 중으로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및 심사모델을 고도화해 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겠다는 포부다.
비교회사 성장률 양호, 자체 실적도 기업가치 끌어올려
카카오페이는 이번에도 기존 공모가 산정을 위해 사용했던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평가 방법을 그대로 유지했다. 성장률 조정 EV/Sales은 EV/Sales에 성장률 조정 계수를 반영한 것으로 성장률 조정 계수는 비교회사의 기업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눈 뒤 다시 매출액 성장률로 나눈 값이다. 카카오페이의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매출액 성장률에 성장률 조정 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정된 3개 비교회사의 성장률 조정계수 평균은 45로 기존 회사의 평균인 44.7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파그세구로 디지털의 성장률 조정계수가 1분기 매출액 기준 46.5에서 39.6으로 낮아졌지만 스톤코(66.7), 업스타트홀딩스(28.6)의 합이 기존 페이팔(81.6)과 스퀘어(6.1)보다 높은 덕분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의 실적이 추가로 호전되면서 매출액성장률이 83.4%에서 98.7%로 높아졌다. 카카오페이의 상반기 매출액은 2163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704억원) 대비 27% 가까이 성장하면서 매출액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기존 37.3배에서 44.4배로 뛰었고 기업가치도 15조9719억원에서 17조7968억원으로 증가했다. 적정 시가총액은 16조6192억원에서 17조7968억원으로, 주당 평가액도 12만원대에서 13만원대로 높아졌다.
결국 기존보다 주당 평가가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 카카오페이는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54.19~31.28%로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은 6만~9만원대로 산정했다. 기존에 적용했던 할인율(48.49%~21.51%)보다 할인폭을 높여 공모가를 낮춘 것이다.
상장 지연 득 될지 주목…산정 방식 한계점 여전 지적도
그러면서 카카오페이의 이번 공모가 조정이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기업가치는 상승하면서 공모가는 오히려 낮아졌고 2분기 실적이 반영되면서 실적 호조와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올 상반기 연결 순익은 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3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영업수익 또한 21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39억원 대비 두배 가량 뛰었으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98억원 적자에서 2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8월 12일 상장 예정이었지만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고 135일룰(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에 반영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 규칙)로 인해 통상 정정신고서 제출에 걸리는 3주 시한보다 훨씬 늦은 10월 중순으로 상장시기가 지연된 바 있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공모가 산정 시 활용한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평가방식의 경우 여전히 한계점을 내포한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상대가치 평가방법 적용에 필요한 유사회사 선정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 개입 가능성과 기업가치의 저평가 혹은 고평가 등에 기인한 기업가치 오류 발생 가능성이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정정된 증권신고서에 성장률 조정 계수를 감안하지 않은 단순 EV/Sales를 적용한 상대가치 산출 결과도 참고 내용으로 함께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성장률 조정 계수가 감안된 44.4배의 절반을 밑도는 20.1배가 적용돼 기업가치와 적정 시가총액은 각각 7조8000억원과 8조4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