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지주들이 돈 되는 캐피탈 계열사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도 근 15년 만에 신한캐피탈에 실탄을 투입하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레버리지 규제 강화에 따른 자본적정성 관리 목적이 크지만 더 든든해진 자본을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의 실적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지난달 말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신한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한 신한지주가 자금을 투입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는 1조3000억원대로 높아진다. 지난 1분기 신한캐피탈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2137억원으로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캐피탈을 제치고 업계 5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1분기 현재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인 캐피탈사는 8개사로 1조~1조2000억원대가 대부분이며 KB캐피탈이 1조4800억원으로 앞선 상태다.
신한캐피탈이 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강화된 레버리지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 레버리지 비율은 기업의 타인 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유동성 비율과 함께 재무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캐피탈사들에 대한 레버리지 한도를 기존 10배에서 2022~2024년 중 9배, 2025년 이후 8배로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직전 회계연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이상 배당을 할 경우에는 1배가 축소된다.
신한캐피탈의 지난해 말 수정 레버리지 비율은 7.5배까지 낮아졌지만 지난 1분기 8.6배로 다시 높아졌고 증자 실시 후 7.6배로 낮아지면서 자본적정성이 개선됐다.
다만 한신평은 신한캐피탈의 경우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집중하면서 보수적인 자본적정성 관리가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신한캐피탈의 주력 사업인 기업금융의 경유 금융시장 유동성 변동성에 따라 건전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최근 비중이 크게 확대된 투자금융의 경우 회수 시기 통제가 어려워 자본시장 및 투자심리 변화에 따른 이익변동성이 높다고 밝혔다.
자본적정성 개선 목적에 더해 이번 증자는 최근 금융지주들이 실적 효자인 캐피탈사 키우기에 주력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본 확충을 통해 순익 기반을 더욱 든든히 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지주가 우리금융캐피탈 인수를 완료했고, JB금융지주는 JB우리캐피탈에 대해 5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3월 하나캐피탈에 대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KB금융도 KB캐피탈에 500억원의 실탄을 투입하기도 했다. 주요 금융지주들 가운데서 그간 신한지주만 캐피탈사 자본 확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 캐피탈사들의 경우 연간 순익이 400억~500억원 대에 그치다 지난 2018년 1000억원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1500억원 안팎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KB와 하나, 우리금융의 캐피탈 계열사의 연결 순익은 각각 KB캐피탈이 1437억원, 하나캐피탈 1732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은 967억원이었다.
신한캐피탈 역시 2018년 이후 1000억원대의 순익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1489억원까지 증가했고 올 1분기에만 618억원을 벌어들이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신한지주의 비은행 순익 규모는 6200억원으로 비은행 이익 기여도가 48%에 달했고 이 가운데 캐피탈,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