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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산파 8퍼센트, '금리 사다리' 놓는다

  • 2021.07.13(화) 07:30

[선 넘는 금융]P2P 옥석가리기④
이효진 대표 P2P금융과 '동고동락'
온투법 이후 중금리 대환대출 주력

8퍼센트는 국내 P2P금융의 대명사로 꼽힌다. 2014년 11월 문을 연 후 국내 P2P금융시장이 부침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선도기업으로서 중심을 잘 잡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엔 8퍼센트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중금리 대출시장 공략이라는 목표에 따라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왔고, 투자자 보호 이슈가 터지자 분산투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 

이제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온투법) 등록업체로서 P2P금융시장내 지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과제도 생겼다.

더 강력한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함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8퍼센트만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오긴 했지만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금감원 폐쇄조치 뚫고 다수 투자유치

이효진 8퍼센트 대표(사진)는 우리은행을 다니다 퇴사한 후 전화기 하나로 P2P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에선 P2P금융기업 렌딩클럽이 나스닥 진출까지 타진하는 등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도 P2P금융업이 통할 것이란 자신감 하나로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곧바로 고난이 찾아왔다. 금융감독원이 폐쇄조치를 내리면서다. 금감원은 당시 8퍼센트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서 폐쇄조치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당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건 8퍼센트가 관련 규정 미비에 따른 희생양이 됐다고 회고한다.

이에 이 대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혼란한 시기였지만 시장은 8퍼센트의 잠재력을 알아줬다. 창업 이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KG이니시스, DSC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 다수 기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P2P업체 난립에도 꾸준히 제 역할

이후 신생 업체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P2P금융이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P2P금융이 생겨날 당시만 해도 대부업으로 분류됐는데, 대부업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쉽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자 P2P금융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생존을 모색하던 대부업체들마저 P2P금융으로 간판을 바꿔달자 세간의 평가는 뒤집어졌다. 8퍼센트를 비롯해 당시 업계를 이끌던 주요 업체들은 중금리 대출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대부업체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여러 업체가 난립하면서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대표를 포함해 일부 업체들이 뜻을 모아 P2P금융협회를 설립해 자정활동과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나섰지만 또 문제가 터졌다. 일부 업체들이 차주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대출'로 자금을 횡령, 구속되는 등 업권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 

그럼에도 이효진 대표는 꾸준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곳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묵묵히 감당했다. 현재 젊은층의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가 된 익선동 투자상품이 대표적이다. 2016년 당시 익선동은 구도심에 잔재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8퍼센트를 비롯한 몇몇 금융회사들이 과감하게 투자를 주도했고,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온투법 등록, 이제 새로운 시작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8퍼센트는 여전히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온투법상 최초 등록기업 3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업을 시작한지 7년여 만에 진정한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꽃길'만 펼쳐진 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중금리 대출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회사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8퍼센트는 애초 중금리 대출시장 공략을 목표했다. 중금리 대출이 회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간 중금리 대출시장에선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사들과 주로 경쟁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기도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그리고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핵심시장으로 노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P2P금융업체엔 치명적이다.

대환대출 전략으로 승부수

8퍼센트는 대환대출을 새로운 승부수로 내놨다. 은행 대출 탈락자들이 고금리 대출시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금리 사다리'를 목표했던 8퍼센트가 중금리 대출시장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8퍼센트 관계자는 "온투법 등록 이후 고금리를 중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상품을 집중 공급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가계부채 절감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그간 쌓아온 8퍼센트만의 신용평가모형이 자신감으로 깔려있다. 8퍼센트는 그동안 27조원에 이르는 대출자금을 공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했다. 특히 개인신용 대출상품만 140만 건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당 500여 개에 달하는 정보를 조합한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왔다. 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비금융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온투법 등록과 함께 내부통제 체계 역시 고도화했다. 현재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시스템은 웬만한 은행 못지않다는 것이 8퍼센트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시스템을 기존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 온투업 개시 이후 사업을 준비해왔다"라고 말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8퍼센트는 그동안 중금리 대출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함께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의 고용창출에 힘을 보태왔다"면서 "앞으로도 금리 절벽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금융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또 "온투업 출범은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신생 산업이 자생적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금융업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금융회사로 거듭난 8퍼센트는 투자자와 대출자가 서로 돕는 연대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적 결실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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