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개인 대 개인 금융)이 국내에 선보인 지 7년여 만에 제도권 안착과 함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P2P금융사업자들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 시행에 발맞춰 이미지 쇄신과 함께 중금리 대출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주된 공략처로 꼽히는 중금리 대출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P2P금융
P2P금융은 다수의 개인들이 돈을 모아 대출 희망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의 금융을 말한다. A라는 대출자가 1000만원의 대출을 요청하면 수십수백명의 사람들이 각각 돈을 내 대출해주고, A는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인 품앗이와 비슷하고 최근 IT용어로는 크라우드펀딩 형태를 따른다.
P2P금융업체는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업자를 말한다. 일종의 중개인이다. P2P금융업체는 대출차주를 심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차주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산정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P2P금융이 국내 금융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 무렵이다. 그전에도 해외 P2P금융을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2015년 핀테크들의 출현과 함께 P2P금융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았다. 첫 번째 난관은 '대부업 꼬리표'였다. 금융당국이 P2P금융을 대부업체로 규정하면서다. 금융당국은 P2P금융이 기존에 없던 방식의 금융서비스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개인 대 개인 간 거래이고 P2P금융업체는 이를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대부업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P2P금융업체들은 주로 중금리 대출에 집중했는데, 일반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던 대부업자들과 같은 업권으로 분류되다보니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이 찍혔다. 대부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창업도 쉬웠다. 당시 대부업은 지방자치단체에만 신고하면 쉽게 회사를 세울 수 있었다. P2P금융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그럼에도 P2P금융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났지만 그렇다고 신용이 그렇게 나쁘지 않거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자들이 P2P금융업체를 찾았다. 반대로 저금리 시대에 보다 높은 이자 수입을 원하는 투자자들도 P2P금융의 문을 두드렸다.
P2P금융은 특히 부동산 담보 시장을 위주로 성장했다. 중금리 신용대출의 경우 정책금융상품의 공급, 저축은행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출 등으로 P2P금융의 입지가 넓지 않았다. 반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동산 PF 사업자들이 대거 P2P금융의 문을 두드렸고 이자가 높았던 만큼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큰 영역으로 꼽힌다. 연체가 빈번하면서 평균 연체율은 15%까지 치솟았고, 80%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P2P금융 사업자들이 난립하면서 사기도 많았다. P2P금융협회를 만들어 자정노력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은 협회의 존재마저 사라졌다. 온투법, 옥석가리기 기회
이 와중에 온투법이 도입되면서 옥석가리기의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온투법은 P2P금융업체의 금융위원회 등록을 의무화하고, 강력한 내부통제 장치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온투법은 P2P금융업체에 △자기자본 요건과 △내부통제장치 △사업계획 △전산·보안·통신·인력 등 물적 요건 △임원·대주주 요건 등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대출자와 투자자의 접근성도 확대했다. 온투법에 의거해 금융위에 등록된 P2P금융업체는 온투업자만의 신용평가 모델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면 기존 고금리 대출을 좀더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 한도는 3000만원인데, 온투업체에 등록된 대출채권에 투자할 경우 우선변제권에 따라 투자금을 날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투자 이익에 대한 세율 역시 종전 27.5%에서 15.4%로 크게 낮아져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부터 온투법 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달 9일까지 총 41개사가 온투업 등록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에잇퍼센트와 렌딧, 피플펀드컴퍼니 3곳이 온투법의 첫 문턱을 넘으면서 P2P금융시장의 재편을 알렸다. P2P금융 갈길이 더 멀다
온투법 등록 3사의 타깃은 '중금리 대출시장'이다. 애초 P2P금융이 국내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중금리 신용 대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시장의 환경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금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저축은행들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탈락한 대출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2P금융업체이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금리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내려가는 만큼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자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찾는 게 당면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P2P금융을 향한 소비자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꼬리표와 잇단 부실에 따른 먹튀 이미지까지 온투업을 통과한 P2P금융업체들이 앞장서서 풀어야 과제가 많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