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성적표가 가장 저조했던 우리금융지주가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1조4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전체 순이익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주식시장 호조와 시장금리 상승 등 전반적인 업황이 양호하긴 했지만 향후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자비용을 대거 줄였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히던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은 중간배당도 기정사실화했다. 이르면 이번 주중 중간배당 시기와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75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21일 공시했다. 1분기 실적을 더한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9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670억원와 비교하면 114.9%나 늘었다.
체질 개선으로 이자이익 개선
우리금융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건 이자이익 상승 덕분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3조32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9410억원보다 13%나 늘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에다 우리금융의 체질 개선 효과가 함께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은 4조71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4.2% 줄었다. 반면 이자비용은 1조3880억원으로 29.7%나 줄었다. 이자로 벌어들인 수입이 줄긴 했지만 비용을 더 많이 줄인 덕분에 이자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의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 말 1.29%에서 올해 상반기 1.37%로 상승하긴 했지만, 원화대출이자율과 원화예금이자율이 하락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의 원화대출이자율은 2.38%로 지난해 말보다 0.05%포인트, 원화예금이자율은 0.75%로 0.13%포인트나 하락했다.
우리금융 관계자 "우리금융지주의 이자이익 중 상당부분은 우리은행에서 발생하는데, 우리은행의 핵심 저비용성 예금이 지난해 말에 비해 10.6% 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됐고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비은행 계열 비이자이익 상승 견인
우리금융은 이자이익은 물론 비이자이익도 크게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721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680억원에 비해 54.1%나 증가했다. 주식시장의 호조에다 카드 소비 증가 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맏형 우리은행이 전체 비이자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5220억원으로 지난해 3660억원보다 42.6% 늘었다. 주식시장 호조와 환율 상승에다 자산관리 부문도 비이자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실제 올해 우리금융의 수수료 수익 중 신탁 및 외환관련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다.
리스 관련 수수료 1690억원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한 우리금융캐피탈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금융캐피탈은 3조3670억원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대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 계열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82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우리카드 역시 비이자이익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수료 이익이 신용카드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카드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7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70억원보다 102.7%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산관리 영업과 유가증권시장 호조에 더해 캐피탈 등 자회사 편입 효과가 더해지면서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호실적 바탕 중간배당 기정사실화
우리금융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중간배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일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데 이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중간배당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금융 재무담당 임원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 효과가 아닌 견조한 수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중간배당을 비롯해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 시기와 규모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