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호응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혔던 은행들이 전세대출과 같은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만큼 다른 대출들의 경우 여전히 문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중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2021년 3분기 동향 및 4분기 전망)자료를 발표한다. 주요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자료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지와 가계 등이 어떤 부분에서 대출을 주로 받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
일단 지난 7월 발표된 3분기 대출태도 전망치에서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가계일반, 가계주택 대출 등에 대한 대출태도가 크게 낮아졌다. 중소기업은 2분기 9에서 3으로, 가계주택대출은 -9에서 -18로, 가계일반대출은 0에서 -18로 각각 크게 낮아졌다. 대출태도 지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더욱 깐깐하게 대출을 취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3분기 들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대다수의 은행대출 상품의 한도를 줄이거나 판매를 중단하면서 깐깐한 대출태도를 보인 바 있다.
4분기에도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행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부가 애초에 제시했던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치인 연간 6% 상승치를 모두 채운데다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까지 예고됐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주택대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아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원활한 공급을 주문한 만큼 이에 한해 대출태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들 역시 전세대출 판매 재개 혹은 전세대출 한도 증액 등을 다음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4분기에도 가계의 대출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상승,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주택자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다. 다시 말해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겠지만 대출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와 동시에 가계 등이 빚을 갚아나가는 능력에 대한 평가도 발표된다.
일단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 등 일상생활로의 전환이 4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은 가계의 소득 향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효과가 1개 분기 안에 빠르게 나타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이르면 다음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즉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이자부담액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욱 빠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