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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카드' 단종, 이제 시작이다

  • 2021.12.29(수) 07:40

신한 '더모아카드' 출시 1년 만에 단종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위태로운 탓
서비스 축소·발급중단 수순…업계 이어질 듯

출시한 지 갓 1년 넘은 인기 신용카드 상품이 단종된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더모아(The More)'카드 발급이 중단된 것이다.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발급수를 확보했던 이른바 '혜자카드'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래픽=아이클릭아트

수수료율 낮아지고 유지비용 늘자…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2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2월31일부터 더모아카드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이외에도 '빅플러스(Big Plus)GS칼텍스애경', '2030 우체국멤버십', '레이디(Lady) 교육사랑', '레이디 우체국 멤버십'의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유효기간 연장만 가능케 하기로 했다.

카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사용자들에게 가장 아쉬움을 자아낸 것은 더모아카드다. 이 카드는 결제금액(5000원 이상)의 1000원 미만 잔돈을 월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예컨대 5990원을 쓰면 990원을 적립해주는 식이다. 배달 앱이나 백화점, 해외 이용 등 특별 적립 가맹점에선 포인트가 2배로 적립된다.

혜택을 받는 조건인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 30만원 이상, 연회비가 1만5000원 정도로 작은 편이어서 '신한카드의 실수'라는 별칭도 붙었다.

신용카드 비교 사이트 '카드고릴라'에서는 올해 인기 신용카드 4위로 더모아카드를 꼽았다. 한 회원은 게시판에 '더모아카드는 발급 받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 게시물 댓글에 '기존 신한카드 사용자는 바로 신규발급 되더라', '포인트 2배 적립 등 혜택이 많아 바로 단종될 줄 알았다', '특정 앱을 이용하면 손쉽게 발급된다'는 내용 달릴 정도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출시 당시의 취지와 달리 서비스 유지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이 단종 배경"이라며 "내년 초 혜택을 수정한 새로운 버전의 더모아카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이용 고객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리뉴얼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용 혜택은 종전만 못 할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빅테크와 규제 형평 맞지 않아" 볼멘소리도

카드업계에서는 다른 카드사들도 혜택이 많은 카드를 속속 단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인하를 단행하면서 카드사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년(2019~2020년)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손실이 131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이 높은 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늘리는 요인인 만큼 업황이 어려워지면 결국 단종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귀결되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도 카드사들은 할인율, 적립률이 높은 카드를 단종하는 식으로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해왔다. 이달 15일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가 단종시킨 카드는 총 192종(신용 143종·체크 49종)에 달한다.

거듭되고 있는 수수료율 인하에 더해 내년 2금융권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 캐시백, 포인트적립, 무이자 할부 등 카드 혜택 축소가 더 빨라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비해 빅테크 업체들과의 규제차익 해소, 종합페이먼트사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진출 등 업계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 방안은 금융당국의 수용이 더디거나 법 개정이 너무 늦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약속한 '카드산업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를 보존할 방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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