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울고싶은 카드사, 결국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

  • 2021.12.23(목) 18:02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0.8%→0.5% 인하
여신협회 "지난 2년간 수수료 영업익 1317억 손실"
수익 악화 전망에 카드업계 줄줄이 희망퇴직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이 0.8%에서 0.5%로 0.3%포인트 인하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를 결사 반대하며 추가인하시 결제망 셧다운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일부 카드사들은 내년 수익악화를 대비해 선제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카드업계가 주장한 빅테크의 '○○페이' 등 간편결제 수수료 규제 문제는 카드 수수료와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는 카드수수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각종 부수·겸영 업무 허용 등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그래픽=아이클릭아트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 0.3%P↓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무위원회·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 인하 당정협의'를 열고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적격비용 원칙에 따라 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 비용을 법적·회계적으로 공정·타당하게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0.8%에서 0.5% △3억에서 5억원은 1.3%에서 1.1% △5억에서 10억원은 1.4%에서 1.25% △10억에서 30억원은 1.6%에서 1.5% 수준으로 수수료가 내려간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 가맹점의 약 96%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실질 경감 금액은 4700억원이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약 75%에 달하는 만큼 수수료율 감소 폭이 제일 컸다.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적용된다.

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3년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해왔다. 카드사 조달금리와 운영·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그 결과를 수수료율에 반영하는 구조다.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전세계 주요국중 한국이 유일하다. 실제 가맹점 수수료율에 개입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수료가 인하됐다.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년(2019~2020년)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손실이 131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카드사 수익성 '뚝'…인력감축으로 대응

카드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이번 당정의 결정이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을 받는 중소상공인의 표심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세가맹점이 얻는 실익도 작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미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세제혜택까지 고려하면 수수료율이 0%이기 때문이다.

카드 노동조합은 이번 결과에 대해 "카드 수수료의 인하 중단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한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인력감축 등으로 비용을 줄여왔다.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2016년 2만2872명으로 정점을 찍고 쭉 감소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으로는 8304명으로 2016년과 비교해 63.6% 줄었다.

희망퇴직 등 인사 개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롯데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근속 기간에 따라 32개월에서 최대 48개월의 기본급과 최대 2000만원의 학자금을 지급한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는 희망퇴직 관련한 내용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금융당국,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 규제 '신중'

카드사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의 영향력 확대로 성장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간 노조가 시위를 펼치며 "간편결제 수수료도 규율하라"고 반발한 이유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율 산정제도는 카드 결제망의 공공적인 성격을 감안해 국회 입법을 통해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하며 "간편결제와 신용카드는 수수료 구성, 제공되는 서비스 유형 및 경쟁 환경이 달라 직접 비교가 곤란한 측면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근책은 내놨다. 카드업계·소비자·가맹점 중심으로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제도가 신용판매 부문의 업무원가와 손익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재점검하고, 차기 카드 수수료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는 등 제도보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카드사들의 겸영·부수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하고 카드사 지급·결제 서비스 등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유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