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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에 '신중' 정은보…카드사는 '답답'

  • 2021.12.08(수) 16:58

정은보 금감원장-여전업계 CEO 간담회
카드사 숙원 수수료 인상에 신중…카드사 '한숨'
부수업무 확대 약속…카드사 '언 발에 오줌누기'

취임이후 친시장적인 행보를 약속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여신전문업계 CEO들과 만났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최대 숙원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내놨다.

대신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감독원이 돕겠다는 답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당장 카드사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은 전날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고 여신전문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참석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정은보 원장,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카드사 숙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

이번 간담회에는 정은보 금감원장과 주요 카드사 대표들 외에도 캐피탈사 대표들까지 참여하긴 했지만 최대 관심거리는 역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이었다.

통상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이를 재산정한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을 산출한 이후 여기에 카드사 마진을 고려해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게 된다. 가장 최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 한 것은 지난 2019년으로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이를 재산정 해야 한다. 

명목상으로는 3년마다 이를 다시 산정한다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해서 수수료율을 낮춰왔다. 신용카드 고객이 결제시 카드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는 금액이 계속해서 낮아졌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0.8% △3억 초과 5억 이하 1.3% △5억 초과 10억 이하 1.4% △10억초과 30억원 이하 1.6%가 적용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계속 인하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는 현행 수수료율이 0.1%포인트 하향 조정될 경우 주요 신용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5200억원 감소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0.15%포인트 하향할 경우에는 9200억원, 0.2%포인트 하향 시에는 1조3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이란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났는데도 금융당국은 추가 수수료율 인하를 저울질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 경우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사업에서 손실이 나 다른 분야에서 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수수료율이 산정돼 있지만 대다수의 구간에서는 세금, 우대혜택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하는 나오기도 한다"며 "카드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 노조협의회 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최근 금융위원회 앞에서 카드수수료율 재산정시 일방적인 인하를 추진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은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 '신중'

하지만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동안 다른 금융업권과 만나 친시장 행보를 보인것과 대비된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공식 간담회 결과 자료에서 카드사 수수료율 재산정에 관한 내용은 빠졌고 정은보 원장이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는 물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최대 공약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금융지주 회장 및 주요 시중은행장들과의 만남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감독체계의 개편, 지방은행장들과의 만남에서는 지방은행의 특성을 반영한 경영실태평가, 생명보험업계 CEO들과 만나서는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 허용 등의 친 시장적이면서도 금융회사들이 원했던 부분을 언급했던 것을 감안할 경우 카드업계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00일도 안남은 대선, 코로나19 확산세 증가, 카드사들의 실제 순익 증가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고 보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주요 대권 주자들이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금융당국은 물론 국회가 신용 카드 수수료율을 인상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해지면서 소상공인 들의 매출 감소세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카드사들만의 입장을 받아들여 줬다가는 자칫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 신용카드사의 순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463억원에 견줘 23.1%증가했다. 반면 핵심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 부문 적자는 2653억원으로 전년의 1317억원 적자에 비해 1336억원이나 늘었다.

정은보 "부수업무 확대"…카드사들 "글쎄"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 정은보 원장은 대신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확대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에 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빅데이터, 비대면 플랫폼 등을 활용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를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당장 눈앞에 불을 끄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새로운 부수업무 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성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이것을 당장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수업무 확대는 다시 말해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고 와 허가를 받으란 이야기인데 이를 위한 사업계획 구성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당장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리스, 할부금융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카드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이 결제시장에 진출하면서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본연의 영역에는 충실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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