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다.
최근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더욱 짙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6%의 잠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 0.7%보다 0.1%포인트 하향조정된 것이다.
하향조정된 지출항목 부분은 △건설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수출 △수입 등 4가지 항목이었다.
건설투자는 지난 4월 속보치 -2.4%보다 -3.9%로 줄어들었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2.1%에서 1.6%로, 수출은 4.1%에서 3.6%으로, 수입은 0.7%에서 -0.6%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 2018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4월 평가 당시 국제수지나 산업활동동향 등 기초자료 등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것이 반영되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과 수입의 경우 국제수지 통계 발표 이후 속보치 발표보다 변동된 측면이 있다"라며 "특히 건설투자 부분은 지난 4월 발표 당시 1월과 2월 추세등으로 추정을 했는데 당시 1월과 2월의 부진요인은 안전관리 기준강화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봤지만, 3월들어 건설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진 점이 파악이 됐고 이에 하향 조정됐다"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1분기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달 있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발표를 통해 앞서 전망치였던 3.0%를 2.7%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저성장 기조는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물가는 연이어 치솟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각)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전망치였던 4.1%에서 2.9%로 낮췄다. 전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증가하며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이달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6%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제시한 2.7%는 매 분기별로 전분기 대비 0.5%씩만 상승하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못한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제시한 분기별 0.5% 상승은 내수회복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물가상승률이 높다보니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은외 민간경제연구기관의 전망은 한은의 전망보다 더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와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6%로 내다봤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대외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소비가 빠르게 진작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높은 물가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의 이자부담 등이 높아져 소비여력이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을 염두하면 2.7% 성장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