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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의 '물가대책'에 한숨만 나는 이유

  • 2022.06.27(월) 07:00

'고물가' 현상 지속…저소득층 피해 우려 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부담 완화' 나서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물가가 높다는 기사를 여러 번 썼다. 홀로 사는 입장에서 체감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껴서다. 자주 가던 고깃집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이 됐다. 간간이 시켜먹던 배달 음식도 최소 주문금액에 배달비까지 합하면 2만원을 넘어서기 일쑤였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집에 들러 어머니와 근처 마트를 갔다. 어머니의 수첩에는 쌀과 콩나물, 감자, 양파, 당근 등 필요한 것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얼핏 가격이 오른 것만 꼽아도 열 가지가 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5000원대였던 계란 한 판은 이제 8000원에 육박했다. 

쌀 20㎏의 가격도 6만원 이상이었다. 귀리와 콩 등 잡곡류도 가격이 높은 건 마찬가지였다. 시금치와 청상추 등 채소류도 높은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과일과 고기, 즉석식품, 라면, 쌀 등까지 장바구니에 담으니 가격은 어느새 20만원을 훌쩍 넘겼다. 산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을 보고 놀랐다. 계산이 잘못됐나 싶어 어머니와 영수증을 다시금 살폈다. 어머니는 "안 오른 게 없어서 어떻게 하나"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유가 알림판에는 휘발유가 리터당 2100원으로 적혀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1400원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올랐는지 눈을 의심했다. 겨울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으로 느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생산자물가지수는 5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말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재난은 항상 약자부터 덮친다. 지난 월요일 출근 후 처음으로 본 뉴스는 '밥상물가' 였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식비 지출이 높아 물가에 특히 취약하다. 문제는 하반기에 식비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가구(1분위)는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식료품비나 외식비로 지출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5분위)의 월평균 식비 지출 비중은 13%로 1분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소득이 높아 지출 비중 변화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보통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대표적인 필수 지출 항목인 식료품·주류·음료는 물가가 올라도 절약에 한계가 있다.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비슷하게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타격이 더 큰 이유다. 

이젠 코로나 방역이 아닌 '물가 방역'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고물가는 코로나보다 강력하다. 서민들의 삶을 직접 타격한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 소비가 줄면 성장이 더뎌진다. 이는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앞서 정부는 돼지고기와 밀, 밀가루 등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현장에선 실효성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호주, 칠레 등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미 관세가 0%인 곳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 등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른 서민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물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으로는 서민들이 체감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요인이 커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정부는 가격 인상 요인이 합당한지 더욱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선별해 식재료비 부담 완화 등의 대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국민들에게 '감내'를 요구할 수 있다. 정부의 지혜로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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