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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에 목맨 손보사들…지난해 잔액 26%↑

  • 2022.06.17(금) 07:22

예금보험공사 '2021년 경영위험분석' 보고서
지난해 손보사 부동산 PF 잔액 16조5800억원
대출 한도 제한 없어 선제적 관리 시급 지적도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을 앞두고 요구자본 경감을 위해 사옥 등 부동산을 매각한 손해보험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는 되레 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2금융권에 비해 대출 한도가 없는 데다, 증권사들이 PF 관련 신용공여를 줄이면서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발행한 '2021년 결산 손보사 경영위험분석'에 따르면 손보사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PF 증가'가 꼽혔다.

보고서를 보면 손보사들의 지난해 말 부동산 PF 잔액은 16조5803억원에 달했다. 전년말 13조1794억원에서 3조4009억원(25.8%) 늘어나며 부동산 전체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가 증가했다. 메리츠화재(5조9800억원), DB손해보험(3조1500억원), 삼성화재(3조1200억원), 현대해상(8900억원) 등 대부분이 대형사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여력(RBC)비율 제도에서는 부동산 자산의 6~9%를 요구자본(보험사가 각종 리스크로 입을 수 있는 손실금액)으로 쌓아야 했지만, 킥스에서는 25%로 확대돼 손보사들이 보유 건물 등 부동산을 대거 털어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례로 대형 손보사중 한 곳인 KB손해보험은 최근 서울 합정빌딩, 경기 구리 및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 등 5개 건물에 대한 매각 계약을 스타로드자산운용과 체결했다. 롯데손보와 하나손보도 지난해 사옥을 매각했다. 

보험사들이 부동산 PF를 앞다퉈 늘리고 있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해외 대체투자 여건이 악화하자 국내 투자자산중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PF에 눈이 쏠린 것이다. 실제 보험사들의 해외 수익증권 신규 투자액은 2019년 5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2년 새 반 토막 넘게 감소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증권사들이 부동산 PF를 줄이면서 투자물건이 보험사로 우회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증권사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키로 했다. 자본력에 비해 과도한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증권사 부동산 PF 잔액은 2019년 5조8362억원, 2020년 말 4조6974억원, 2021년 말 3조6302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손보사 부동산 PF 잔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보험사들은 당장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에 대부분 지급보증을 설정하고 1순위로 투자하고 있어 위험도가 다른 업권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다. 손보업권 PF 연체율은 0.07%로 역대 최저 수준이자, 전체 대출채권 연체율 0.32%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보험사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과 달리 대출 한도 제한이 없어 선제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상업용 부동산 특성상 부동산 경기 하락시 대규모 손실 발생에 대한 걱정이 꾸준하다.

최근 들어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에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시멘트·골재·철근 등 건설자재 가격 상승도 부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이 부동산 PF 사업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리스크를 집중 관리하기로 업무계획을 세웠다. 부실가능성에 대한 점검에 이미 나섰으며 점검 결과 부실이 예상되면 충당금이나 자본 등의 적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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