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경영과 내부감시를 한 손에 쥐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었을까요. 금융감독원 감사실을 떠나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배치됐던 감찰실(직무점검팀)이 도로 원위치될 전망입니다.
감사원이 든 '회초리' 때문인데요. 비즈니스워치에서는 금감원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점검하는 감찰실 행방에 대해 연속 보도했죠.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그 뒤, 금감원 감찰실 쪼개진 이유(2022.02.14)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종료된 정기감사에서 감사원은 금감원 감찰실 직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찰실이 감사가 아닌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돼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죠. 작년말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감사 소속의 감찰실을 이찬우 수석부원장 아래로 보냈거든요.
이후 김기영 감사가 강한 불만을 제기해 감찰실을 청렴점검팀과 직무점검팀으로 쪼개 감찰 성격이 큰 직무점검팀만 수석부원장이 가져가는 걸로 결론이 났죠. 수석부원장은 직무점검팀을 감독총괄국 산하 금융상황분석팀과 합쳐 준법지원실로 탈바꿈 시켰고요.
임직원 비위행위 적발과 징계권을 가진 핵심부서인 직무점검팀이 수석부원장 산하에 소속된 만큼 감사의 직무와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반면 수석부원장은 기존 인사권에 더해 감찰권까지 갖게 돼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측면이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였죠.
감찰실 직제에 대한 감사원의 주된 지적 사유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아직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다만 금감원에서는 "감찰 성격의 부서를 감사가 아닌 내부 임원 직속으로 두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질타가 나왔다"는 '카더라(의혹)'가 돌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감사원 출신인 김 감사가 친정(감사원)에 불만을 호소한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죠.
이복현 금감원장이 짠 '새판'은 올해 12월이나 내년초 정기인사에 맞춰 선을 보일 전망입니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부 중론인데요.
정권이 바뀐 데 따라 조직개편을 주도했던 정 전 원장이 물러나고 이 수석부원장 마저 사표를 제출하면서 명분과 동력을 잃기도 했고요. 이에 따라 직무점검팀이 다시 감사 아래로 소속되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관측이 현실화하면 단 1년여 만에 부서가 재배치 되는 겁니다.
핵심부서를 이리 붙였다, 저리 붙이고 조직 이름도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걸 보는 금감원 직원들의 마음은 불편합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가장 크죠.
하지만 "전 원장과 전 수석부원장의 과도한 욕심이 후유증을 낳았다"는 쓴소리가 더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합니다. 짧은 인생을 돌이켜봐도 이런 경우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