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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그 뒤, 금감원 감찰실 쪼개진 이유

  • 2022.02.14(월) 06:00

수석부원장-감사, 감찰실 나눠갖기 결론
인사권에 감찰권 더한 수석부원장 '막강 권한'
일각에선 금융위 친정체제 강화 해석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배치됐던 감찰실이 결국 '쪼개기'라는 결말을 맞았습니다. 감찰실 내 두 팀 중 청렴점검팀은 감사 아래로, 직무점검팀은 수석부원장 아래로 배치됩니다. 앞서 금감원 감찰실이 감사 관할에서 수석부위원장 관할로 옮겨간 내막을 전해 드렸는데요.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금감원 감사는 왜 감찰실을 뺏겼나(1월17일) 그 후속편 되겠습니다. 

지난 7일 금감원 직제상 2~3급에 해당하는 팀장 및 수석조사역 승급·승진이 마무리되면서 이런 내용의 조직개편이 확정됐습니다. 금융권에선 작년 말 부서장 인사를 하면서 밝힌 조직개편 계획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관심이 모였죠. 감사 산하에 있는 감찰실이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사·감찰 간 균형을 도모한다는 취지였지만 감사 임명 직전 이런 '이례적' 조직개편이 단행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달 취임한 김기영 신임 감사는 첫 출근까지도 직속 담당 부서 2곳(감사실·감찰실) 중 한 부서만 남겨진 줄 모르고 있어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사 직속으로 덩그러니 남은 감사실은 감사원 등 외부감사 수검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사실상 감사원 감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이나 하라는 거니 심기가 불편했겠죠.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승인한 정은보 금감원장과 이찬우 수석부원장에게 김 감사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외부로까지 공표한 감찰실 배치를 원래대로 복귀시키는 건 수석부원장 입장에서 굉장히 '모양 빠지는' 일이죠. 안팎의 불편한 시선을 무릅쓰고 단행한 조직개편인 만큼 양보할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논란의 감찰실, 절묘한 나눠갖기?

해법은 두 팀으로 구성된 감찰실을 쪼개는 것이었습니다. 임직원 재산 등록, 불친절 제보를 담당하는 청렴점검팀은 감사가 가져갔고요. 복무기강, 비위행위를 점검하는 직무점검팀은 수석부원장이 챙겼죠.

구체적으로 청렴점검팀은 임직원 재산을 등록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내역 관리도 하고요. 직무점검은 피감기관인 금융회사에서 금품이나 뇌물을 받거나 내부 정보를 누설하는 등 비위행위를 점검하죠. 이는 검찰 고발까지 가능한 사항이라 더 중대하고 민감한 업무에 해당합니다. 인원도 7명, 7명씩 반으로 나눠 가졌으니 겉보기엔 무승부 같은데요. 

그런데도 '승자는 수석부원장'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임직원의 비위행위 적발과 징계 권한을 가진 알짜 부서는 직무점검팀이거든요. 

특히 직무점검팀은 전략감독 부문에 있는 감독총괄국 산하 금융상황분석팀과 합쳐져 준법지원실로 탈바꿈했습니다. 금융상황분석팀은 금융권 정보 수집·분석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 부서인데요. 유관 정부부처와 금융권, 재계, 언론계 등의 동향을 파악해 금감원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던 금융동향분석팀이 전신입니다.

기존에도 수석부원장은 △기획·경영 △전략감독 △보험 세 부문을 관장해왔습니다. 기획·경영 업무에는 인사 담당 부서가 속해 있죠. 다시 말해 이 수석부원장은 기존 인사권에다 감찰권까지 쥐게 된 겁니다.

그뿐 아니라 핵심 업무가 이 수석부원장이 맡은 부문 아래로 집중적으로 배치돼 사실상 모든 업무를 통솔하게 됐는데요. 일례로 감독총괄국에는 가계부채 등 주요 현안을 총괄하고 대외회의 등을 주관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조직도/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준법지원실 신설, 금융위 영향력 강화?

갑작스러운 권한 집중엔 쓴소리가 나오기 마련이죠. 일각에서는 금감원 내 금융위원회의 영향력을 지금보다 강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 원장과 이 수석부원장이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데다, 수석부원장직은 통상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관료 출신이 맡아 왔거든요.

이 수석부원장은 기재부 출신이고, 각별한 사이인 정 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친 인물입니다. 그런 수석부원장 밑에 인사·감찰권을 몰아 놓으니 금감원 직원들은 더욱 금융위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죠. 앞으로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 어떤 조처를 내려도 쉽사리 저항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요.

이런 줄다리기를 거치고 있지만 최근 금감원 내부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라고 합니다. 정은보-이찬우 '콤비'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신규 지정을 올해도 순조롭게 막아냈다는 평가도 나오죠. 금융위에 올린 임금 인상안도 무난히 처리됐고요. 다만 슬며시 견제를 피하는 구조를 만든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는 듯합니다. 이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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