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새출발기금에 대해 다시 한번 해명했다. 금융권을 대상으로 이 정책 설명회를 연 자리에서다. 지금껏은 '빚 탕감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내세워 '세금 퍼주기' 반발 여론을 무마하는 데 해명의 초점이 맞춰 있었다. 이번에는 금융회사에 큰 짐을 지우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의견수렴 및 소통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정책 시행 전 먼저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금융권의 오해부터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소상공인 재기, 금융권도 필요"
이날 설명회를 진행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새출발기금의 출범 의도를 다시금 강조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금융지원이 내달 종료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고물가 그리고 고환율 등으로 지원 받았던 이들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배경이다. 이들이 금융 사각지대로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출발기금이 반드시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악화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참여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권 국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강제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새출발기금을 출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달래기 나선 금융위
금융위는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채권 매각 혹은 금리 인하로 인한 자산 축소, 수익성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걱정을 다 지우진 못했다.
먼저 새출발기금이 3개월 이상 장기 연체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부실우려 차주'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키로 한 점이 설명회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원금 탕감대상이 아닐 경우 장기 분할 상환, 금리 조정 등의 지원을 하겠다는 부분이다.
제2금융권의 경우 은행권에서 부실우려 차주로 분류하는 이들도 정상차주로 구분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질의를 통해 "저축은행은 일정 기간 연체한다 하더라도 업계를 사용하는 사용자 특성을 따로 구분해 정상차주로 구분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상차주 대출금리를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부실우려 차주의 경우 조정되는 금리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우려하지 않도록 조달금리 이상으로는 설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이 우려하는 역마진이 생기지 않도록 대출을 내어줄 때 든 비용만큼은 보전해주겠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새출발기금 사용자의 변제를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채권을 살 때도 시장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겠다고도 했다. 권 국장은 "부실채권을 0~35%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도 연체 기간 등을 따져 회계법인이 결정한 가격결정공식에 따른 시장가로 매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직접 채무조정에 나서 자산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의형 채무조정 조항도 넣는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새출발기금을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상으로 넣는 게 아닌 채권 금융회사와 보증을 서준 신용보증재단의 동의 아래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권 국장은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생긴 불가항력적인 채무를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수용해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금융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목조목 '빚 무차별 탕감 아니다'
권대영 국장은 새출발기금의 가장 큰 부정적 여론인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갔다. 새출발기금은 원금을 60~90%까지 탕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과 금융권의 재원을 바탕으로 빚을 탕감하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발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원금을 탕감받기 위해 고의로 대출을 연체하거나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음에도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 국장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신용채무에 대해서만 원금감면이 이뤄진다"며며 "부채에서 재산을 뺀 순부채 부문만 원금감면이 이뤄진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원금감면이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2년간 채무조정 이용사실을 공공정보로 등록해 1~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해 고의적 연체를 방지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이 경우 최대 5년간 신용카드 사용, 금융기관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재산을 은닉하고 새출발기금을 악용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하겠다고 금융위는 강조했다.
특히 부정적 여론의 불을 지핀 90% 원금 삭감에 대해 권 국장은 "해당 수준의 원금을 삭감하는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량자 등 취약차주"라며 "이들은 채무조정에 들어가는 취약차주의 5% 수준이며 평균적으로 빌린 금액은 700만원 가량"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