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대해 '일 단위'로 파악해 즉각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의 자금지원까지 동원해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대응 계획도 내놨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이전으로의 안정성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렸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와 관련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및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취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를 매일 체크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바로 관계기관·금융회사와 협의해 시장 불안에 적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고, 금융지주는 연말까지 95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정부 요청에 5대 금융지주 구원투수로…'95조 투입'(11월1일)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가 건전성과 유동성 공급 능력도 좋고, 정부 대책에 민간 금융기관 협조가 없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금융지주 협조 없이는 시장과 기업 유동성의 급격한 위축이 올 수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 심리에 의해 과도하게 거래가 위축되는 상황을 풀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기업조차도 자금 융통이 안 돼서 유동성 문제가 신용 위험으로 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50조원+알파(α)' 공급대책과 이번 금융지주들의 유동성 공급을 두고 글로벌 긴축기조와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비정상적인 요인에 의한 생기는 시장 왜곡은 막아야 한다는 게 국제기구 등의 공통적 의견"이라며 "한국은행도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공급을 통해 회사채 시장이 레고랜드 사태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국에서도 정치적인 이벤트가 발생해 주가가 폭락하고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불안 요소가 많다"며 "(레고랜드 사태가) 섣불리 안정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과 이견을 보인 2차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과 관련해선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4일 국내 대형 증권사 9곳(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투자‧키움증권)과 긴급회의를 열고 '제2 채안펀드'를 조성해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별로 500억~1000억원을 출자해 최대 1조원 규모로 제2 채안펀드를 조성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몇몇 대형 증권사의 팔을 비틀어 펀드를 만든 건 시장 논리를 왜곡시킨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증권사 전용 펀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부족한 부분을 (정부에) 메워달라고 해야지 다 해결해 달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증권사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이어 DSR도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1주택자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규제지역에서 LTV를 50%로 풀어주는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선 DSR 규제 완화가 없는 한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DSR 규제는 과도하게 빚을 지지 말라는 취지"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DSR (규제 완화는)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