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불안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까닭이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발(發) 후폭풍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몰리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기업 대출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자산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대출 리스크 확대는 부담이다.
돈 빌리려 은행 찾는 기업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투자처가 사라지고 대출받을 때 부담해야 할 이자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장에 주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10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중소기업+대기업)은 704조67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하나은행이 13.8%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13.5%, 12.6% 늘어나 평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전체 원화대출 잔액은 5%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대출자산 성장은 기업대출이 주도한 셈이다.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기업들의 자금조달 지원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기업부문 자금조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은행 예대율(예금에 대한 대출 비율)을 한시적으로 105%로 완화(저축은행 110%)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적인 기업대출 여력이 발생하고 수신경쟁 완화로 조달비용이 감소해 대출금리 상승 압력도 일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후폭풍…은행도 영향
이처럼 일시적인 규제 완화까지 단행하면서 정부가 기업대출을 독려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은행들은 대출 자산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 신용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은 담보(주택담보대출) 위주인 가계대출에 비해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까닭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은행을 찾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우려다. 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건설‧부동산 업계가 대표적이다.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IBK기업은행(IBK경제연구소 조사)이 발표한 '2022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외부자금 조달 계획이 있는 업종 가운데 건설업이 21%로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지만 실제 자금 지원이 필요한 업종은 건설과 부동산 등 산업 리스크가 크다"며 "정부도 규제 유연화 등으로 대출을 독려하고 있어 문턱을 낮춰 지원하겠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