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본격적인 기업대출 경쟁에 뛰어든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부터 '뺏고 뺏기는' 기업대출 경쟁에 나서자 마진 축소를 감내하면서 우량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자칫 기존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2분기(5월말 기준) 들어 5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영업점과 본부 등에서 저금리로 기업대출 실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금리우대프로그램을 지난 1분기부터 운영한데 이어 4월부터는 본부 특별 금리 운용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특히 우량기업고객의 이탈 방지를 위해 본부에서 특별 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부 특별 금리 운용 프로그램'은 2분기까지 14조원(대출금액 기준)이 배정됐고, 영업점에 금리 자율성을 부여하는 '금리우대프로그램'은 2분기까지 2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KB, 5월 중기대출 잔액 감소…우량 고객 뺏길라
이처럼 국민은행이 금리 할인에 자율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은 은행들이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뺏고 뺏기는' 기업대출 영업이 치열해지면서 자산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까지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기업대출 잔액에서 많게는 40조원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차지하는 등 타행 대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마진을 낮추면서까지 중기대출 확대에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지난 1분기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76조516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신한은행(161조9760억원)은 전분기대비 4.07% 늘어났고, 하나은행(162조4761억원)은 2.87%, 우리은행(146조6823억원)은 2.90% 늘어났다.
2분기들어선 중소기업대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하는 등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37조5421억원으로, 지난 3월 말(137조6629억원)대비 0.08% 감소하며 5개 은행중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가파르게 대출 확대 속도를 내고 있는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과의 격차 또한 좁혀지고 있다. 지난 3월 말에는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과의 중기대출 잔액이 각각 5조원 가량의 차이를 벌렸지만, 5월 말에는 하나은행과 중기대출 잔액 격차가 4000억원에 그치며 1위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의 경우 정해진 파이 내에서 자산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낮은 금리를 제시해 타행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가장 규모가 큰 국민은행의 대출을 빼앗아 오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공격적' 확대 나설 듯
이러자 국민은행도 하반기부터는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면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국민은행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자산 증가 부문에서 타행 대비 뒤처지다 보니 마진을 축소하면서 기업대출 확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라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대출금리 평균은 4.86%로 4개 시중은행 평균(4.87%)보다 낮았다. 지난 1~4월 국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금리(5.30%)가 시중은행 평균(5.23%) 대비 높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하반기 금리우대프로그램 및 본부 특별 금리 운용 프로그램에 대한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 또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각 프로그램의 운영 기간인 2분기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한도나 기간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