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손보업계의 '바겐세일'이 이달 종료될 전망입니다.(일단 예정은 그렇습니다.)
보장이 더 후한 옛 상품일수록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이 높죠. 손해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에 시상금을 내걸며 보험설계사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하죠. 단종된 1~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보험가입자들도 많을 텐데요. 업계의 고민도 들여다 봤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특별할인 정책은 이달 말 종료됩니다. 당초 보험업계는 1~3세대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반값으로 깎아주는 특별할인을 올해 상반기까지 시행하기로 했지만, 연말까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죠.▷관련기사: 전환실적 태부족…4세대 실손 할인 연말로 연장(6월28일)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기 때문입니다.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상반기 말까지 주요 손보사 10곳의 실손보험 전환 건수는 37만건에 그쳤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실손보험 가입 건수가 총 2950만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25%에 불과하죠. 같은 기간 4세대 실손보험 신규가입도 91만건으로 매우 저조했고요.
올 연말 반값 할인 혜택이 끝나는 만큼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하는 경우 한달 보험료의 500~700%를 시상금으로 일시에 지급하기로 했죠.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도 4세대 전환에 시상금을 보험료의 최대 700%까지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상금은 보험영업에 따른 판매 수수료 외에 추가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반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시상금에도 설계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40대 가입자의 4세대 실손보험료가 보통 매달 1만5000원 안팎인데, 50%를 할인해주면 보험료가 7000~8000원대로 싸지죠. 여기서 500%를 시상금으로 준다고 해도 설계사들에겐 실제 지급되는 돈이 4만~5만원 수준일뿐입니다.
4세대 실손보험을 권유하고 전환을 설득하는 데 들이는 품 대비 턱없이 낮은 대가라는 거죠. 하지만 시상금 외에는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설계사들에게 독려할 묘수가 없어 보험사들도 애가 타고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1~3세대 실손보험 대비 4세대 실손보험이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입니다. 물론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이전 실손보험에 비해 최대 70%가량 저렴하죠. 가장 큰 장점입니다. ▷관련기사 : 실손보험료 월 1.5만원 내는 20대, 4세대 전환 두드려보니…(8월 4일)
하지만 의료비 중 보험가입자가 내는 몫(자기부담금 비율)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기존보다 높아졌고요. 도수치료 등 보험금 누수 논란이 있는 비급여 보장은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 자주 이용하면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불어나는 단점도 있죠.
물론 금융당국은 그렇게까지 할증되는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3세대 실손보험 기준)에 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가입자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죠. 전환 실적이 미미한 것도, 가입자들이 "보험은 오래된 게 최고"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다 그래서죠.
만나는 보험업계 사람들도 아직 보험료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면, 굳이 전환할 필요 있냐고 조언합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를 싸게 가져가고 싶은지, 넓은 보장을 유지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한 뒤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할인 정도로는 여전히 전환 유인이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관련기사 : 그래서, 새로 나온 실손보험 갈아타? 말아?(2021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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