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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리스크 벗은 손태승…연임할 수 있을까

  • 2022.12.15(목) 16:37

대법원, 우리금융 손 회장 DLF 징계 취소 확정
라임사태 중징계 남아…연임 위한 또 하나의 '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년간 끌어온 법적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이에 연임 가능성이 살아나긴 했지만 또다른 법적 리스크인 라임 펀드 중징계가 남아있는데다가 최근 금융권에 부는 외풍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문책 경고 징계 취소 소송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약 3년 만에 '법적 승리' 거둔 손태승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3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DLF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정년 혹은 임기를 마친 이후 3년에서 5년까지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해진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발을 빼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우리금융 손 회장은 이런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은 이튿날 바로 서울 행정법원에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중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본격적인 '취소 소송'에 돌입한 것이다.

이후 기나긴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1심 법원의 판단은 약 1년 반이 지난 2021년 8월 나왔다. 당시 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선고를 내렸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의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을 '마련' 의무 위반으로 보면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봤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기만 하면 되며 '마련'까지 나서야 한다는 '의무'가 법전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은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약 1년간의 법리 다툼에서도 금감원은 법원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2심에서도 손태승 회장이 승소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 손태승 회장이 연이어 승소한 만큼 대법원에서도 이를 존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서 손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된 내부통제 사안에서 책임이 없다는 법적 '증명서'를 받게 됐다.

손 회장은 연임위한 또다른 과제

하지만 손태승 회장은 홀가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라임펀드'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또 다른 중징계 처분을 받아두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4월 라임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이 재임 시절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이를 제대로 고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 사안은 DLF 사태와 결이 다르다. DLF 중징계가 내부통제 마련과 준수의 의무를 저울질해 내려진 징계였다면, 라임펀드 사태는 자본시장법 위반을 배경으로 하는 중징계라는 이유에서다.

라임펀드 사태의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 위반은 내부통제 마련보다 더욱 엄중하다. 절차도 내부통제 관련 제재가 금융감독원장 전결로 가능하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징계는 금융위원회의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융위가 손 회장의 라임펀드 징계를 확정한 것은 금감원이 징계를 통보하고 1년을 훌쩍 넘긴 지난달에서였다. ▷관련기사: 우리금융 손태승 연임 '흔들'…외풍 불었나(11월9일)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펀드로 인한 중징계는 DLF 징계와 법적 근거가 다르며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 위반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지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쉽게 소송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앞선 소송과 이슈가 달라 승소 가능성이 미지수인 데다 더욱 긴 법리적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장고를 거쳐 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진 않다. 

손 회장은 지난 9일 내년 경영계획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내년 1~2분기까지는 전 그룹사가 일체감을 갖고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둔 내실경영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위기 상황에서도 증권사나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대 등 기회 역시 확실히 잡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임을 염두에 두고 경영계획을 대외에 선포한 것이다. 

관건은 이사회의 의중이다. DLF 징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은 손태승 회장을 지지하며 그의 연임을 추진했다. 반면 최근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CEO'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일부 주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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