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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포기한 손태승…후폭풍은 계속된다

  • 2023.01.18(수) 16:50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포기 공식화
법적다툼 가능성 열어둬…차기 회장의 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대외적으로는 '세대교체'를 위해 연임의지를 꺾는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연임은 포기하되 소송 포기 메세지는 내놓지 않으며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법정다툼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만일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면 손태승 회장 개인이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리금융지주 역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은 차기 회장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손태승 회장 "연임 도전 안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날 연임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내건 명분은 '세대교체'였다.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연임을 포기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손 회장 역시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번 임기를 마친 이후 세대교체를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관련기사 : 예상 깬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진옥동…이유는?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포기 표명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손 회장의 연임을 포기하라는 메세지가 지속적으로 나와서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파생결합증권(DLF)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에 나선 손태승 회장의 행보가 적합하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손 회장은 DLF 중징계 관련 소송에서는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다시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중징계 직후 금융당국은 손 회장에게 DLF사태처럼 소송 등에 나서지 말 것을 사실상 종용했다. 금융사 임직원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임기 종료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임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읽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11월 금융위의 중징계 의결후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5일 "(라임)사고와 관련해 제도를 어찌 바꾸고 무엇을 잘못했다는 발표는 없고 소송만 이야기 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라며 손 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회장은 금융당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임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밴처캐피탈 기업인 다올 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 금융사 M&A 나선 우리금융…손태승 회장 속내는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손태승 회장을 향한 견제가 이어졌으나 연임의지는 확고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하지만 금융당국 압박 수위가 높아졌고 이사회에서도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 오자 고심끝에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손태승 회장의 용퇴 후 '후폭풍'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손 회장이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강조한 지점은 '세대교체'였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개인적인 명예회복 등을 위해 중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원하던대로 손 회장의 연임은 저지했지만 길고 긴 법정다툼에 다시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금융당국이 DLF소송 때처럼 패소한다면 현재 내걸고 있는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CEO 책임론의 색이 바래질 수도 있다. ▷관련기사 : 중대 금융사고 터지면 대표이사에도 '책임' 묻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감독원

일단 금융당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의 행정소송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인 의사 표명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며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우리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과의 법적다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라임사태로 인한 기관 경고에 대해 우리은행 회사 차원에서 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라임사태의 책임이 신한투자증권에게도 있다고 보고 구상권을 청구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신한투자증권과의 법적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 우리금융 이사회, '장고' 들어간 이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은행에서 합리적인 검토와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해당 사안에서 이해관계가 독립된 이후 새로온 CEO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공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회장은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라임과 관련된 소송을 포기해야 할 수 있고 이 경우 내부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손 회장의 개인적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만일 외부 출신 인사가 회장에 오를 경우 외풍 논란 속에서 임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며 "내부출신 인사가 회장에 오른다고 해도 내부통합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10명 안팎의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차기 회장 후보로 추렸다. 아울러 오는 27일 이를 3~4명으로 추리는 작업을 진행한 이후 2월초께 최종 회장 후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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