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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나선 지배구조 개선…금융권은 '난색'

  • 2023.02.02(목) 07:21

금융당국,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올해 추진
임원·사외이사 자격요건 부여…윤 대통령 "관치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최고 수장인 금융지주 회장을 넘어 계열사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일정부분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여기에 힘을 실어주자 금융권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을 넘어 계열사 임원 선출 과정에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최고경영자가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논란이 되는 '모피아', '관피아' 등 낙하산 인사가 임명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가 오히려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업무보고에는 지난 2020년 국회에 제출된 지배구조법 정부안의 입법을 올해 다시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회사 임원 '자격' 갖추고 임원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뽑아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대표이사에게는 일정수준의 자격요건을 마련하고 계열사 임원을 추천하는 과정에서는 대표이사의 힘을 최소화 하는게 핵심이다. 

이는 지난 2020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미 상정됐다. 

먼저 대표이사(금융지주 회장)와 대표집행임원(계열사 대표이사 등)에게는 △금융전문성 △공정성 △도덕성 등의 '자격요건'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순 금융 전문가를 넘어 공정성과 도덕성과 같은 사회적 덕목 역시 갖추라는 의미다.

아울러 계열사 대표이사를 뽑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총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장 권한이 강한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에도 제한을 둔다. 일종의 '결격사유'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높은 인사가 주 대상이다.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위함이다. 여기에 사외이사의 임기 역시 제한을 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법안 개정안이 지난 정부에서 마련된 만큼 새롭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뼈대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어떻길래 금융위는 '칼'을 다시 갈았나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대형 금융지주에서 경영에 가장 입김이 높은 인사들은 금융지주 회장, 임원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그리고 사외이사 등이다. 

통상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지주사 임원직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금융위는 경영에 동참하는 모든 인사들을 선출하는 과정에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한다. 그리고 이들 역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뽑는다.

과거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회장후보 선출 절차에 관여하는 만큼 '셀프연임', '장기집권' 등을 막기위해 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토록 했다.

그리고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선출하게 된다. 계열사 대표이사를 뽑는 과정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제외되지 않은 것은 경영 자율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금융지주회장, 사외이사, 임원 선출 과정에서 일종의 '자격요건' 제약은 없다. 후보 추천 이후 주주총회에서 지지만 얻어내면 된다.

일단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원중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라는 내용은 대부분 대형 금융지주가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식이라 별 차이가 없다. 

핵심은 임원의 '자격요건'과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를 부여하는 것이 될 것이란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요건을 부여하는데 도덕성, 공정성 등은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라며 "결국 언제든 임원의 선임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의 조건에 결격사유를 부여한다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라며 "예를 들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최대주주와 연관이 높은 경우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리고 주주들의 이탈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비즈니스워치 DB

돌고돌아 '관치'로 귀결…대통령까지 나서 차단

금융당국이 이같은 방안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자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관련된 규정이 없는 현재에도 금융당국은 한 금융회사의 선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지배구조를 강하게 틀어잡을 수록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일부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인사보다 외부 인사가 선임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만약 금융당국이 바라봤을때 내부출신 인사들이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면 외부출신 인사를 영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라며 "자연스럽게 관치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제도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경영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를 두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 될 필요성이 있다"라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산업은행만 국민의 세금과 재정이 투입되는게 아니라 민간 은행 역시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완전 사기업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일정 부분의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금융권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맞받아 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위기 시절에는 위기 전이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사실이 있으나 현재 대부분 상환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회사의 손실방어능력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최상위 수준"이라며 "은행권이 아니라 민간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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