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금감원, 은행 지배구조·내부통제에 칼 댄다

  • 2023.04.04(화) 11:39

이사회 '상시관리'…지배구조 감독·검사 집중
CEO 선임 방식, 씨티그룹 등 해외사례 도입 유도
경영실태평가서도 내부통제 부문 독립 평가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기준에 비춰 볼 때 미흡하다는 평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 미흡,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현재 평가비중이 15%인 경영관리(M) 부문 내에서 하위 항목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를 평가하고 있으므로 그 비중이 미미한 측면."

금융감독원이 이런 비판을 던지며 은행에 날 선 칼을 빼들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단 내년까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을 은행부문 중점 감독·검사 테마로 삼고 감독·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영 실적 달성에 치우치기 쉬운 은행 경영진을 이사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이사회와 정기적으로 면담하고 상시감시, 현장검사 등도 강화한다. CEO 선임도 국제기준과 해외사례를 참고해 기준을 제시하고 은행권에 확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은행 경영실태평가 개편안/그래픽=비즈워치

금감원, 은행 이사들 직접 관리한다

금감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 등 은행부문 주요 현안을 내놨다. 우선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기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고와 이상 외화송금 등도 은행 지배구조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이사회와 경영진 역할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평가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작년 취임 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 왔다.▷관련기사: 이복현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하게" 또 일침(2월6일)

우선 금감원은 은행별 최소 연 1회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한다.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체 은행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도 상·하반기 실시한다. 이 자리에선 지배구조 관련 금감원의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하고 은행권 지배구조 이슈나 기타 현안을 논의하고 개선을 유도한다.

올해 금감원 검사 대상 은행의 경우 검사를 마친 뒤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그 외 은행은 이달부터 연간 계획에 따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에 대한 상시감시와 현장검사 때도 지배구조 적정성을 중점 점검해 종합적으로 진단·평가하기로 했다. 상시감시에선 이사회 구성·운영 현황을 보여주는 각종 서면자료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징구·점검해 취약 요인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 구조와 구성·운영에 관한 문서, 경영승계 절차에 관한 문서 등이 대상이다.

현장검사의 경우 정기검사나 지배구조 관련 테마검사를 통해 지배구조가 실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경영관리 평가 요소에 지배구조 관련 사항이 포함됐는지,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 정도 등을 점검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영승계 절차에도 '가이드라인'

금감원은 국제기준과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험사례 확산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운영, 최고경영진 선임과 경영승계절차에 관한 모범사례를 은행권과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업계 자율 모범규준이나 감독 당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개선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경영승계절차 운영과 관련해 씨티그룹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중장기적으로 CEO 후보군 형성을 위해 상시후보군 포함 이전단계부터 그룹차원에서 인재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 내 상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가 잠재적 CEO 후보군인 그룹 경영위원회(EC) 구성원의 승계 관리와 선임까지 담당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후보관리와 선임절차 객관성을 높이고 CEO와 EC 경험을 통한 전문성과 역량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씨티그룹 경영승계 절차 운영 사례/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경영실태평가도 지배구조·내부통제 중심 강화

은행 경영실태평가도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개편이 이뤄진다. 은행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중요성은 확대된 반면 실제 평가에선 평가비중이 15%인 경영관리(M) 부문 하위 항목에 포함돼 있어 비중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 경영관리 부문에서 지배구조 관련 평가항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4개 항목에서 6개 항목으로 늘려 지배구조 평가를 강화하고, 이사회 구성과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경영승게절차 등에 관한 세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평가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경영관리 하위 평가항목인 내부통제 평가는 별도 평가부문(I)으로 분리·개편해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화하는 M이나 신설하는 I 등 부문별 평가 비중은 금융위원회와 검토해 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외에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해 상생금융 등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 확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과 매뉴얼 등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