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Y씨는 최근 보험대리점(GA) 설계사를 통해 자동차보험 만기 갱신을 하던 중 운전자보험으로 보장을 늘려 보라는 권유를 받았답니다. 자동차보험에 딸린 특약도 있지만 그보다 저렴하게 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였죠. Y씨는 운전자보험을 들어야 할지, 한다면 어떤 상품을 고를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상해 또는 형사·행정상 책임 등 여러 비용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이죠. 특히 최근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변호사 비용, 경상해로 인한 상해보험금, 형사합의금 등을 증액해 내놓는 등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39만6000건, 39만9000건이었다가 11월 60만3000건으로 급격히 튀었습니다. 최근 연간으로 200만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다가 지난 2020년 500만건, 2021년 400만건을 넘겼죠.
왜 2020년 판매가 급증했을까요? 그해 3월 이른바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처벌 강화 관련 법)'이 시행된 영향이 큽니다. 스쿨존 사고 벌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되는 등 처벌이 강력해지면서 운전자들 사이에 더욱 경각심이 커진 것이죠. 변호사 선임비용 관련 수요도 늘었고요.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변호사가 "보험 가입하세요" 권유한 사연(1월11일)
손보사들도 운전자보험을 적극적으로 팔기 시작했는데요. 이 보험은 손보사들 입장에서도 손해율이 60~70%로 낮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고 해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안팎이면 양호하다고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알짜' 상품인 셈이죠.
그러니 손보사들은 GA 설계사들에게 운전자보험 판매시책(수수료 외 별도 판매격려 수당)도 확대했다고 합니다. 설계사들 입장에서도 보험료가 월 1만~3만원대여서 슬쩍 권하기도 쉽고요. 화제성도 있으니 판촉도 수월하죠.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2000만명이나 되니 잠재 가입자 풀도 그만큼 큰 시장인 셈이죠.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런 운전자보험에 부가 가능한 특약이 매우 많고(통상 100개 이상), 보장내용도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소비자경보'를 지난 23일 발령했어요. 반드시 '잘 알고 가입하라'는 '주의' 경보죠.
금감원은 가장 먼저 운전자보험이 '의무보험이 아니다'라는 점부터 짚었습니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꼭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 아니란 거죠. 자동차보험이 사고로 인한 민사상 책임(대인·대물배상)을 주로 보장하는 것과는 아예 다르다는 것도 강조했고요.
두 번째로는 최근 경찰조사단계까지 보장이 확대된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의 경우 사망 또는 중대법규위반 상해시 경찰조사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장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과거 운전자보험의 자동차 사고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은 자동차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사망사고 포함)를 입혀서 구속·기소되는 경우에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보장했는데요. 최근 대다수 손보사가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의 보장범위를 구속·기소 뿐만 아니라, 경찰조사(불송치), 불기소, 약식기소까지 확대했죠.
하지만 경찰조사(불송치), 불기소, 약식기소의 경우에는 '사망사고 또는 중대법규위반(신호 및 지시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대법규위반) 상해사고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지급됩니다. 가입 전 보험금 지급조건을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로, 비용손해 관련 담보들은 보장한도 전액이 아니라 실제 지출된 비용만 보장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변호사선임비용, 벌금 등 비용손해(실손) 관련 특약들은 동일한 특약을 2개 이상 가입하더라도 중복 지급되지 않죠. 보장한도 전액이 아니라 실제 지출된 비용만 비례 보상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네 번째는 무면허·음주·뺑소니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통상 운전자보험은 자동차 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및 비용손해 등은 보장하지만 무면허·음주·약물상태 운전, 사고 후 도주(뺑소니) 중 발생한 보험사고는 보장되지 않죠.
다섯 번째는 기존에 가입한 운전자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싶은 경우 보장을 추가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란 겁니다. 새로운 운전자보험을 가입하기보다 관련 특약을 추가해 비용을 덜 들이고 보장을 강화할 있어섭니다.
일부 보험사는 기존 가입 상품의 벌금보장의 한도를 늘리거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기가입자 대상 특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 운전자보험에 더욱 저렴하게 가입하려면 만기에 환급금이 없고, 보장기능만 있는 순수보장성보험으로 가입하면 되고요.
어쨌든 운전자보험은 부가 가능한 특약이 매우 많아(통상 100개 이상) 소비자가 모든 특약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금감원 경고의 요지입니다.
금감원 측은 "회사별로 비슷한 명칭의 특약이라도 보장내용이 다르거나 보장내용이 같더라도 특약 명칭이 다를 수 있다"면서 "약관·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보장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라"고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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