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절판 마케팅'이 또 극성이다. 내달 운전자보험의 가입자 부담금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고,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반값 할인 조치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판매 중단 이후에는 금전적 부담이 늘어나고 보험료가 사실상 인상되니 서둘러 가입하라는 식이다.
문제는 두 사안 모두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영업 일선에서는 '6월 막차 타기'를 권유하고 있어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이르면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에 자기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다음 달부터 자동차 사고 이후 보험 가입자들은 사고 후 금전적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상해 또는 형사·행정상 책임 등 여러 비용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선택 가입이 기본이지만 2020년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처벌 강화 관련 법)'과 올해 초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 확산 이후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스쿨존이 키운 운전자보험 '들까 말까'(2월 25일)
이와 별도로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 주는 당국과 보험업계의 조치도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조치는 전환 실적 부진 속에 작년 6월에서 작년 말로, 또 올해 6월로 계속 연장돼 왔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4세대 실손 '반값 전환' 올해까지라는데…(2022년 12월 10일)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세일' 기간이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능성들이 있다 보니 보험 모집인을 중심으로 절판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절판 마케팅은 특정 보험상품의 '절판'을 강조하며 담보, 예정이율, 제도 등의 변화 전 집중적으로 상품을 파는 영업전략이다. ▷관련기사 :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보험사, 절판 마케팅 지양해야"(1월 31일)
운전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 신설에 따른 금전 부담이 주된 판촉 지점이다. 앞으로 운전자(가해자) 100% 과실로 상대 차량 탑승자 4명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최대보장금액 2억×사고인원 4명×자기부담금 20%)과 변호사선임비용(최대보장금액 5000만원×자기부담금 20%) 담보로 총 1억7000만원의 자기부담금이 생긴다는 식이다.
4세대 실손보험도 혜택이 종료돼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전환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과 실손보험 할인 혜택 종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국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 시 엄단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블로그나 보험대리점(GA) 소식지를 통한 '막차 권유'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불안감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럴수록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잘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떠밀려 가입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히 운전자보험은 각 회사마다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사안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