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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단종될 보험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 2023.08.07(월) 06:06

당국, 단기납종신·운전자보험 '절판 마케팅' 금지
일부사만 "단종 표현 말라" 주문…영업현장 혼란

대형 보험사 지점장 A씨는 최근 지점 아침 조회에서 소속 설계사들에게 "당분간 보험 모집 시 '절판', '마지막 기회' 등의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6월 초 절판마케팅이 끝난 운전자보험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이번엔 보험대리점(GA) 모집 건으로 한정했지만 언제 원수사(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까지 대상을 넓힐지 모른다는 게 보험사 내부 판단이다.

이미 이달 말 개정을 앞두고 사실상 없어지거나(세만기 운전자보험·어른이보험(어른+어린이보험), 해지 환급률이 낮아지는(단기납 종신보험) 보험상품에 대한 절판마케팅을 근절하라는 금감원 통보도 날아왔다. 문제가 생기면 하반기 현장점검에 나설 것이란 엄포도 함께였다.

하지만 아침 조회에 참석한 설계사 B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8월 휴가철은 대표적인 영업 비수기인데, 인기상품들의 단종을 앞두고 실적을 바짝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치기 힘든 것이다.

다른 보험사에 적을 두고 있는 설계사에게 물어보니 "지점장이 절판 마케팅을 지양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눈을 흘기자 먼저 납작 엎드리는 회사가 답답했다. B씨는 "다른 설계사들과 실적 경쟁에서 뒤쳐질까 걱정된다"며 "단종되는 상품들은 보험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많은데 이를 부각시켜 보험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픽=비즈워치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단기납 종신보험·운전자보험·어린이보험상품의 개정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으로 오히려 해당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체 보험사에 회사 차원에서 절판 마케팅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형식입니다. 

상품구조 변경을 앞둔 특정 상품의 판매실적과 시책 동향과 관련한 민원을 수집해 분석한 뒤 하반기 현장점검을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죠..▷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바뀐 회계 CSM이 없앤 '어른이보험'(7월20일)

상품 개정이 예고되면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일이지만, 심상치 않은 기류에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고 해요. 금융당국이 운전자보험 절판 마케팅 대상 건에 대해 촘촘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5월 말부터 6월초까지 GA채널 대면모집을 통해 가입된 운전자보험 비용 담보(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용)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에 들어갔습니다. 전화 및 보험설계사(모집인)를 통해 계약자 개별확인 절판안내를 받았을 경우 계약유지 의사, 보험계약 취소 조치여부를 두 차례에 걸쳐 확인토록 했죠. 

'운전자보험에 20% 자기부담금이 신설된다'는 뜬소문을 이용한 절판 마케팅이 활개를 쳤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으로 보입니다.▷관련기사 : "운전자·실손보험 6월이 막차?"…또 절판 마케팅(6월7일)

일부 보험사들은 내부 단속에 나섰습니다. 본사를 비롯해 본부 및 지점에 '절판을 암시하는 표현을 보험모집 시 쓰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죠. 하지만 영업 현장에선 이와 다른 목소리가 나옵니다. 없어지는 보험에 들라고 절판마케팅을 쓰며 판촉을 강화하는 게 결국 소비자에게도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상품 개정에 따라 80~100세만기 운전자보험이나 성인도 가입이 가능한 어른이보험이 없어지면 내야 할 보험료가 비싸지는 등 단점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죠. 더불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이 낮아진다는 건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이자도 줄어든다는 얘기가 되니까요.▷관련기사 : [보푸라기]'○○세 만기' 운전자보험 없어진다는데…(7월22일)·[보푸라기]35세도 어린이…'어른이' 보험 인기라는데(4월15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종료 전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절판마케팅을 사용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지만 현실적으로 완전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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